[데스크라인]통신사업자가 동네북인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통신사업자가 봉인가. 아니면 동네북인가.

 수십억,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두들겨 맞는 것은 예사고 급기야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얻어 맞았다. 친정격인 통신위원회에서 잽을 얻어 맞고 공정위원회에서 카운터 펀치를 맞은 격이다.

 본말을 호도할 생각은 없다. 범법행위를 했으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공정위의 주장대로라면 시내전화 요금을 둘러싼 KT, 하나로텔레콤 양사의 담합은 명백하다. 그거까지 아니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번 건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담합의 성격도 그렇고 처벌 수위도 그렇다. 우선 보편적 서비스를 근간으로 한 통신시장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국민을 상대로 한 보편적 서비스 요금을 갖고 장난쳤다는 감정적인 ‘괘씸죄’만 더 부각된 듯하다.

 문제가 된 시내전화는 보편적 서비스다. 적자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자가 제공할 의무를 갖는 서비스다. 그동안 이 적자를 나머지 통신사업자들이 돈을 걷어 채워 왔다. 그것이 일명 ‘보편적서비스 기금’이다. KT는 이 같은 명목으로 2003년 827억원을 다른 사업자들로부터 받았다.이 돈은 정부의 세금이 아닌 다른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통해 번 돈의 일부를 모아 지원해 준 것이다. 그나마도 KT주장대로라면 적자액 2400억원 가운데 30%의 보전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장황하게 설명한것은 공정위원들이 보편적 서비스기금의 존재나 알고 심결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무엇보다 담합이 경제질서를 해치는 악질 경제범죄인 것은 담합의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인데, 과연 다른 업자로부터 보조금까지 받아 보편적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업자들이 어떤 약탈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실제 KT가 이번 담합으로 이익을 움켜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정책인 유효경쟁을 위해 시장점유율을 넘겨준 혐의가 더 짙다. 이미 정통부가 이와 관련한 행정지도를 인정한 마당이다. 따라서 이번 건은 정통부의 유효경쟁 정책과 공정위의 정책 간 충돌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정책기관 간 불협화음으로 업자만 새우등 터진 셈이다.

 과잉규제 못지않게 이중규제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시어머니를 두 분 모시는 기분은 그렇다 치고 그나마 통신위에 내는 과징금은 통신산업을 위해 쓰이는 일종의 재투자 효과나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 내는 과징금은 그 용처조차 알수가 없다.”

 이 말에는 현재 통신사업자들이 처한 답답함이 배어 있다. 지금 상황만 보면 정말 딱한 처지다. 정통부에서도 통신위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공정경쟁’이란 ‘전가의 보도’를 가진 공정위에 당하고 각종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요금으로 인한 이익이 투자로 이어지는 산업적 선순환고리는 이 단선적인 사고에선 아예 없다.

 거기엔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던 공로 역시 찾아볼 수가 없다. 신규서비스의 창출로 국민의 통신이용을 보다 편리하게 하고 기간산업으로 국가 전후방산업 부흥에 영향을 줬던 통신사업자들의 노력은 거의 논외다.

 공정위의 이번 선고도 바로 이런 인식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두렵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무섭다. 벌써부터 다음 차례는 무선분야, 즉 이동통신사라는 괴담이 떠돈다.

 통신사업자들은 정녕 봉인가. 위원회 공화국의 동네북인가. 이 질문에 누군가는 대답해야 한다. 통신산업은 기간산업이며 수출시장 효자다. 국가 동력을 떨어뜨리는 제 발등 찍는 일은 이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김경묵 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