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KT와 SK텔레콤

KT와 SKT는 닮은꼴 라이벌이다

"011은 우리 것!" KT 직원들에게 인기 있던 건배 구호다. “SK텔레콤은 KT가 진짜 주인”이란 뜻이다. 이 짧은 구호에는 KT맨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알짜배기 회사를 빼앗겼다(?)는 억울함이 깔려 있다. 거들떠 보지 않던 작은 기업이 라이벌로 성장한 데 대한 질투와 시기도 한 자락 더 한다. 그런 SKT에 추월당할까 피말리는 영업과 구조조정에 내몰린 자괴감, 분노도 보인다. 이제는 진정한 최강자를 가려보자는 결전의 의지도 읽힌다.

 지난 100년간 통신 한국의 대명사는 KT였다. 하지만 SK텔레콤 탓에 사정이 달라졌다. ’공룡’이란 수식어는 KT가 독차지했건만 최근에는 SKT까지 포함한다. 사실 덩치만 놓고 보면 이미 또래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10조원을 넘어서 12조원대에서 격돌중이다. 차이가 있다면 임직원 수다. 줄잡아 KT가 SKT의 8∼9배에 이른다. 유선과 무선이라는 업의 특성 차이와 공익적 서비스 보유 여부에서 비롯됐다.

 KT가 강력한 보병 군단이라면 SKT는 전략기동군쯤에 해당한다. KT는 엄청난 병력과 화력으로 전면전이나 장기전에선 압도적이다. 유선쪽에선 모조리 승리했다. 시내·시외·국제전화,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 등은 KT 천하다. 조직 충성도가 유난히 높고 자부심 강한 병력 자원이 최강의 경쟁력 원천이다. 그러나 기동력이 떨어져 국지전이나 동시다발적 전투에선 취약점을 보인다. 시티폰을 비롯, 무선분야에선 대부분 쓴 맛을 봤다. KTF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아직 2위다. 민영화했다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통제권을 회복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것도 고민이다. 정부가 일정 지분을 되사들이고 국정감사 대상으로 재편입하면 KT엔 악몽이다.

 SKT는 전략적으로 뛴다. 통신 트렌드의 핵심을 짚고 전략적 급소를 찌르는 방식이다. 지금은 고전이 된 TTL부터 그랬다. 후발사들의 신선함과 저가공세에 새로운 브랜드 창출로 맞섰다. 번호이동이 예고되면 011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을 예감한다. 준을 비롯해 커뮤니티 브랜드를 일찌감치 론칭했다. ’011’은 뒤로 했지만 쏠림현상을 걱정할 만큼 여전히 최고다. 각종 무선 주파수 확보는 ‘얄미울’ 정도다. 콘텐츠 시대에 대비한 인수합병(M&A)도 전광석화다. 그래도 단점은 많다. 오너십이 아직도 불안하다. KT에 비해 조직 충성도도 떨어진다. 이 부분은 이미 소버린 사태때 드러난 바 있다. 독과점 시비가 너무 쉽게 옮겨 붙는 것도 골치다.

 KT에는 히트상품이 필요하다. ADSL처럼 누군가 앞서간 길을 기득권으로 장악하지 말고 업계 전체를 이끌고 갈 방향을 제시하란 것이다. 시장을 만들고 선도하는 것이 통신 맏형의 역할이다. 인터넷 종량제나 KTF 합병처럼 절체절명의 과제는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전 작업 없이 어느날 터트리는 한 건은 뒷감당하기도 벅차다. 스카이TV의 경영권이나 활용방안은 이해가 안될 정도다. 어차피 움직일 때마다 규제의 칼 혹은 기업이익과 공익성의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이니만큼 더는 핑계는 안된다. 그 해법을 찾아달라고 경영진을 선임한다. ‘KT에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은 것’이란 명제를 정착시켜 달라는 것이 ‘국민주주들’의 바람이다.

 SKT는 KT를 벤치마킹하자. 이통시장에서 처한 현실이 유선 공룡 시절의 KT를 연상시킨다. DMB를 비롯해 각종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향후 주력군 내지는 사업의 우선 순위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장은 판은 벌이고 있지만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엮어내는 솜씨를 요구하고 있다. KT와 SKT는 닮은꼴 라이벌이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