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업계의 대동단결을 내걸고 출범한 게 지난해 4월이다. 출범 당시 협회는 바야흐로 게임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난립된 단체를 통합해 문화적·사회적·산업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자고 제안했다. 협회 출범은 그래서 모두 반겼고 그 활동에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협회가 이런 목표에 부응했는지는 한 번쯤 냉정하게 돌아볼 일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우여곡절 끝에 초대 회장이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도중하차했고 10여개나 되는 단체 난립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일부에서는 대형 온라인게임사들이 회원의 주류라며 ‘온라인게임사업자친목회’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게임산업은 외형만을 고집해서는 제대로 된 산업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특성이 있다. 그동안 외형만 불려온 우리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게임중독과 같은 사회적 역기능을 해소하는 일이 보다 큰 산업적 성장을 위해 우선돼야 할 때다. 예컨대 최근의 ‘군부대 총기난동사건’이 게임중독자의 소행이라는 식의 보도는 산업을 몇 년쯤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차세대 먹거리가 악의 근원이라면 누가 게임산업을 제대로 보겠는가. 요는 그만큼 우리의 게임산업에 대한 문화적·사회적 마인드가 취약하다는 점일 것이다.
취약하기로는 외형만 커진 산업의 기반 상황도 마찬가지일 터다. 우리는 스스로 온라인게임 종주국 또는 게임코리아를 외치지만 밖으로 내놓을 만한 게임 비즈니스쇼 하나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미국, 일본, EU 등 게임 강국들이 세계 3대 게임쇼를 하나씩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우리가 세계 4대 게임쇼 진입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G스타’조차 기업들의 참여 부족으로, 올 가을로 예정된 창설행사 작업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런 문제들을 대체 누가 해결해야 할까. 정부나 산하기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여긴다면 그건 70∼80년대식 사고방식이라고 비난받기에 딱 알맞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당사자인 기업들에 그 1차적인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개별 기업에 지어질 이런 의무가 너무 버거울 수 있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현실적 대안이 협회인 셈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대해 기대가 증폭돼 왔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E3’ ‘도쿄게임쇼’와 같은 행사는 모두 민간기업이나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다. ‘G스타’ 창설 작업이 개막 3∼4개월을 앞두고도 진통을 겪는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런 진통은 무엇보다도 행사 참여 주체인 기업들에 대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구심점의 문제는 업계 대표기구인 협회가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아예 ‘G스타’의 창설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이 김영만 한국게임산업협회 신임 회장에게 “협회가 주최권을 가져가라”고까지 했을까.
활동 기간이 짧아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협회는 이제 업계의 대동단결을 이끌어내고 게임의 사회적·문화적 순기능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마침 24일 협회가 신임 김영만 회장 체제의 출발을 알리는 ‘대한민국 게임산업비전 선포식’을 갖는다고 한다. 선언문 낭독에 의미를 두자는 것은 아니지만, 협회 차원에서 보면 지금은 지난 1년 동안의 시행착오와 질곡을 떨쳐내는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구심점으로서, 업계 대표기구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