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김신배 사장의 선택

`굿뉴스, 배드뉴스`

요즘 유행하는 뉴스선별법은 함정이 많다. 누가 봐도 미담성 뉴스가 아니고선 처한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밖에 없다.특히 좋다,나쁘다의 인식에는 옳다,그르다에서 볼수 있는 사회 통념적인 기준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유·불리가 판단의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SKT의 시장점유 자율준수 연장 선언도 이같은 잣대에서 볼만한 사안이다

업계 일각에선 벌써 ’정부 규제에 알아서 긴 너무 소극적인 경영자세’에서부터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극과 극이 난무하는 해석들이 쏟아진다. 또 ’신선하다’와 ’쇼잉(showing)’이라는 상반되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번 발표가 타이밍이나 내용면에서 그만큼 파격적이었다는 방증으로 이해된다.

’2007년까지 52.3%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김신배사장의 선언은 2년 뒤 미래시장에 대한 족쇄를 스스로 채우는 행동이다. 기업으로서 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시장확대를 통해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생리와는 분명 배치되는 행위다.

무엇보다 올해는 SKT가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다. 수년째 9 조원대에서 맴도는 매출로 ’잘 나가던’ SKT의 자존심은 적지않게 손상된 상태다. ’摩의 10조원 벽’ 돌파는 SKT 직원 전체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인 셈이다.

전략기획통인 김사장이 이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시장에서의 매출확대를 포기했다. 대신 신시장(블루오션) 개척에 승부하겠다는 고난의 길을 택했다. 진의와는 상관없이 쇼우잉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부 정서는 물론 시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위험스런 결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주위의 입방아가 아니다. 기업생존을 위해 SKT가 선택한 전략의 큰 방향이 맞느냐가 문제다. 지배적 사업자로서 시장을 선도하고 끌고가는 방향이 맞다면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김사장은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과열경쟁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되고 그렇게 점유율과 매출을 올리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2007년은 PCS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든 지 10년이 되는 해로, 보다 현실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첫 번째는 경쟁업체들에게 가입자 뺏앗기식의 소모적인 마케팅전쟁은 불식하고 좀 더 생산적인 신규시장 창출에 나서자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2G의 레드오션시장에선 클린마케팅을 정착시키고 나머지 리소스를 3G나 해외시장에 쏟아붓어 현 통신시장 침체를 타개해 보자는 의지가 읽힌다

두 번째는 유효경쟁 규제 역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 시장상황에 맞게 합리적이면서도 최소의 범위내에서 적용해 달라는 주문이 강하다. 기존 파이를 나누는 문제에만 집중하면 결국 성장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사회 전반적인 위기감과 맥을 같이한다.

지금의 통신시장은 고성장 아닌 정체의 국면이다. 올 상반기 이통시장만 봐도 그렇다. 각사별로 번호이동성 마케팅으로 천문학적인 돈들을 쏟아부었지만 전체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유선통신은 그마저도 마이너스성장을 했다. 이게 우리 통신시장의 현실이다.

적절한 시점에 김신배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경쟁업체와 규제기관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충분한 내용이다. 나머지는 공을 건네 받은 사람들의 몫이다.

노대통령의 이분법식 분류가 아니더라도 김신배사장의 선택은 모처럼 나온 ’굿 뉴스’임에 틀림없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