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의 탑재가 의무화된 지 5개월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버전 업그레이드 속도가 더뎌 표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제정된 위피 2.0 버전을 탑재한 위피폰이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타 이통사는 출시조차 안한 실정이다. 특히 다음달이면 바뀐 표준 프로세스 절차에 따라 3.0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아직 위피 2.0폰이 시판조차 되지 않아 구체적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위피 2.0 탑재 지연=2.0 버전은 위피 자바를 탑재했던 1.2 버전과 달리 썬의 모바일 자바규격인 MIDP를 포함해 해외시장과의 크로스플랫폼 호환성을 크게 높인 것이 장점이다. 또 단말리소스 입출력을 표준화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용이성도 높였다.
성능이 개선된 2.0 버전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탑재한 휴대폰의 상용화는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위피 2.0 플랫폼을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5종의 모델을 선보였다. 3분기 5종을 추가할 예정이며, 4분기 이후로는 위피 2.0 단말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KTF와 LG텔레콤은 당초 하반기 출시 목표로 플랫폼을 개발했으나 실제 위피 2.0폰 출시는 내년 이후로 연기하려는 상황이다. KTF는 이미 플랫폼 개발은 마쳤으나 단말기 출시 일정은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실제 2.0폰 출시가 이르면 연말, 늦으면 내년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LG텔레콤도 기존 1.X 버전의 안정화에 주력하다 보니 위피 2.0 플랫폼 개발에도 타사보다 늦게 착수, 출시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기술의 문제냐, 전략의 변경이냐=위피 2.0폰의 출시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 KTF와 LG텔레콤은 새 플랫폼 적용에 따른 기술적 어려움과 제조사와의 협조 문제를 이유로 든다.
LG텔레콤의 관계자는 “기존 1.X 버전이 출시된 지 이제 6개월 남짓이라 단말기 안정화에 우선 치중하고 있다”며 “제조사들도 신규 플랫폼 적용을 꺼리는 분위기라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KTF나 LG텔레콤이 콘텐츠 수급 확대 등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 도입을 늦추는 것은 위피 활성화에 대한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위피의 규격보다는 자체 규격을 추가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2.0 도입이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KTF의 경우, 위피온브루 도입 등을 전제로 플랫폼 전략을 수정중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된 실정이다.
KTF의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위피 적용에 용이한 플랫폼 구조를 가진 반면 KTF는 브루에서 위피로 전환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플랫폼 안정화, 단말제조사의 협조 등의 문제로 2.0폰 출시가 지연된 것일 뿐 플랫폼 전략 변경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솔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피 도입 때와 달리 최근 정통부의 의지가 퇴색하면서 이통사들의 위피폰 적용 의지도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이통사별로 2.0 도입의 시차가 발생하고 도입 자체도 늦춰지면서 3.0 버전에 대한 논의도 힘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위피 1.2와 2.0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