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M&A전성시대

기업 인수합병(M&A)의 전성시대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M&A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M&A라는 말이 최근에 부각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M&A가 전지구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진행된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IT 분야는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M&A의 일상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가전·통신·소프트웨어·하드웨어·미디어 등 업종을 불문하고 M&A가 감행되고 있다.

 M&A의 배경도 가지각색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사업자 수가 너무 많다거나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신흥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이유로 M&A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M&A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난주 위성통신 사업자인 인텔샛이 팬암샛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합병이 최종 승인될 경우 인텔샛은 SES글로벌을 제치고 가장 많은 위성체를 보유한 위성통신사업자로 등극하게 된다. 30여개의 위성사업자가 전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사업자들 간에 빅딜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있었다.

 수요에 비해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은 데다 광통신망 등 대체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위성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데 원인이 있다.

 하지만 위성통신업계 얼굴마담인 인텔샛과 팬암샛이 합치기로 했다고 해서 M&A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으로도 뉴스카이위성 등 10개 미만의 위성체를 소유한 사업자들이 덩치 큰 사업자들의 사냥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표적 소비재 업종인 PC 시장도 위성통신 시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IBM의 PC사업이 중국의 레노버에 인수됐다. 앞으로 몇 개 업체가 M&A의 제물이 될지 모른다.

 PC업체 대부분의 영업이익률이 2% 선을 밑돌 만큼 PC업계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오는 2008년 노트북PC의 평균 판매가격이 현재의 1050달러에서 717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웬만해선 버티기 힘들다. M&A 태풍이 PC업계를 다시 한 번 강타하리란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가트너는 오는 2007년까지 세계 10대 PC업체 중 적어도 3개 업체가 도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델과 HP 등 쟁쟁한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PC 시장에서 누가 IBM의 불명예를 따라갈지 ‘예측불허’다. 현재의 극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몇 개 업체가 정리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인터넷 시장에도 M&A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신성장 엔진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M&A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위성통신 및 PC업종과 다른 점이다.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꼽히는 인터넷전화(VoIP) 시장은 M&A의 격전장이 되다시피 했다. 야후가 인터넷 전화업체인 다이얼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MS가 인터넷 전화업체인 텔레오를 인수했다. 구글도 인터넷 전화업계의 신성(新星) 스카이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스카이프는 머독이 눈독을 들였던 업체기도 하다. 정작 당사자는 팔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M&A는 오라클이 주도하고 있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피플소프트와 레텍 등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하겠다는 게 오라클의 속셈이다. 시벨시스템스·BEA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오라클 작업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M&A의 이유나 배경은 업종마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M&A의 종착점은 공룡 기업의 탄생으로 귀결된다. 전문기업들이 자본력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백기를 들고 투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홀로 생존한다는 것은 점차 희귀한 현상이 되고 있다.

◆국제기획부 장길수 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