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국방을 튼튼히 하고 경제를 풍요하게 했으며 민족 자긍심을 높이려 음악과 문자 등을 만들고 널리 알리는 문화정책을 펼쳤다. 세종대왕이 당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고민으로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지금 휴대전화와 컴퓨터에도 한자와 영어를 입력하느라 끙끙거리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글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르게 사용하도록 정부 정책이나 민간단체의 운동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직 그들만의 외침으로 머물러 있고 사회 지도층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주요 국회의원의 홈페이지 및 연설문을 보면 ‘납득’‘기여’‘감안’‘명칭’ 등 일본식 단어를 버젓이 쓰고 있으며 ‘마인드’‘아이덴티티’ 등 영어도 셀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경우는 번역투 문장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 외국어를 직역하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법체계를 반영하다보니 우리말을 왜곡한 결과로 굳어진 것이다.
전치사 ‘from’을 직역한 ‘∼으로부터’을 비롯, ‘∼을 통해서’(through), ‘∼에 의해서’(by) 등 직역투의 문장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have’동사를 번역한 듯한 ‘믿음을 가지다’와 ‘간담회를 가지다’ 등도 영어 단어와 문장을 차용한 한글 오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본인이 만든 공문서나 연설문 중에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잘못된 문장을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 영어를 섞어쓰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은 실정은 한글 바로 사용하기의 최대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오용은 지도층의 권위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글학자들은 고위 관료들이 각종 사업에서 영어를 우선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의식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고 비판한다. 국제화 세계화를 위해서는 필수라는 주장 뒤에는 영어를 통해 서민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이해관계가 숨어져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한문을 통해 서민을 지배했듯 오늘날의 엘리트 층도 영어를 통해 이를 습득하기 어려운 서민 대중위에 군림하려 하는 의식이 잇다는 것.
세계화를 내세우는 기업인·관료·전문인이 우리 말글의 영어화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한 한글의 파괴는 청소년의 통신언어 폐해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사회 지도층은 인식해야 한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