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글날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1991년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한글의 우수성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초 공포돼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어기본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말글을 정성껏 갈고 닦을 수 있는 제도적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뜻깊은 법이지만 주요 조항들이 임의조항으로 되어 있는데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의 기본 규정을 무시하고 있음은 물론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어책임관을 두고 있는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이와 함께 일반인들은 법령·조례·규칙 등에 포함된 법률 용어나 문장을 몰라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국한문 혼용체인 현행 법률은 국민의 70∼80%에 이르는 한글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법제처가 어려운 법률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마련했지만 단순히 한문이나 어려운 전문용어에 음을 다는 수준에 그쳐 실생활에서 쓰이는 쉬운 말로 바꿔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정부기관의 솔선수범과 의지가 한글이 제자리를 잡은 데 기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앞장서서 한글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기관으로는 산림청이 대표적 예다.
산림청은 지난 7월 일제잔재 용어와 어려운 한문투의 산림용어를 알기 쉬운 한글로 바꿔 사용키로 하고 이를 내부 문서결제 시스템과 연계해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제잔재 용어인 입화(入火)가 불놓기로 바뀌고, 일반인에게 낯선 한자용어인 신탄재(薪炭材), 야토(野兎)는각각 땔감과 산토끼로 변경된다.
택벌(擇伐), 삽목(揷木) 등 그 뜻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산림용어도 골라베기와 꺾꽂이 등으로 산간오지(山間奧地)는 두메산골, 시방서(示方書)는 설명서, 수렵지(狩獵地)는 사냥터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한글맞춤법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의 맞춤법은 1933년에 제정된 것을 1988년에 극히 일부 수정한 것이다. 사이시옷과 두음법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언어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한글맞춤법이 강제규정이 아니고 구속력이 없는 규정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로마자표기법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명동에 대한 표기가 ‘Myungdong’. ‘Myoungdong’, ‘Meeyoungdong’ 등 원칙 없이 사용되고 있다. 로마자도 표음문자이기 때문에 발음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한글맞춤법과 마찬가지로 한결같이 써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종 한글맞춤법에 대한 재정비를 정부기관이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