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함께 국민의 언어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체는 바로 방송이다.
그러나 방송사의 한글에 대한 무관심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될 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방송사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질타했다.
정의원에 따르면 TV 3사 4개 채널의 프로그램 가운데 외국어를 제목으로 쓴 비율이 KBS2 32.3%, SBS 25.7%, MBC 25.0%, KBS1 19.2%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지상파방송사가 ‘투데이’·‘타임’·‘무비’·‘매거진’ 등 얼마든지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고 정의원은 지적했다.
제목뿐만 아니라 각종 오락프로그램의 자막에는 오자와 엉터리 한글이 넘쳐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책보다 TV로 한글을 깨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무분별한 프로그램 외국어 제목과 오락 프로그램의 터무니없는 한글 오류는 정도는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세대인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해 속어와 약자 등을 즐겨 쓰는 데다 틀린 맞춤법도 개성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방송사는 맞춤법과 관련해 SW 시스템의 힘을 빌려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방송사가 문화방송(MBC)이다. MBC는 지난해 7월 맞춤법 SW를 도입했다. 맞춤법 SW가 기사 작성과 자막은 물론, 프로그램 제작과정 전반에 도입된 것은 국내 최초의 일이다. MBC 보도프로그램은 자체 비교 결과 맞춤법 교정기 도입 이후 오자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MBC는 앞으로 표준발음과 외래어, 로마자 표기를 위한 부가 기능도 방송 제작 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아직 전면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방송의 특성상 구어나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표현, 신조어 등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맞춤법 SW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올바른 한글 사용의 핵심 요인이라는 한글단체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MBC 아나운서실의 한 관계자는 “한글에 대한 관심과 맞춤법 수준이 높을수록 오자와 엉터리 한글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사내 우리말 교육이나 한글 모니터 등 경각심을 높이고 내부 인력에 재교육이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