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의 전제조건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중소기업 육성대책은 ‘혁신형 중소기업’이란 말 한마디에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작년 7월 이후 정부는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 벤처활성화 대책,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을 내놓았다. 이 같은 일련의 정책을 통해 2010년까지 3만개의 혁신형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겠다는 게 참여정부 중소벤처기업 정책의 요체다.

 3만개의 혁신형 중소기업이 산업 현장 곳곳에 포진해 혁신역량을 발휘한다면 한국 경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성장엔진을 무기로 국제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것이다.

 하지만 3만개의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운다는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특히 혁신형 기업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발굴 및 육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할 것인지가 중차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 상황은 결코 간단치 않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중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기업)은 약 3280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OECD 선진국 평균인 10%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결국은 우리 경제의 덜미를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산·학·연 공동 연구법인의 설립, 중소기업 유형별 맞춤형 지원체제 구축,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의 중소기업 지원 역량 강화 등의 계획을 마련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최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시행계획들이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될 것을 기대한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모델이 다양한 차원에서 고려됐으면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현재 기술적으로 큰 격차가 존재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는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출연연구기관과의 협조경험도 중소기업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원천기술보다는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 및 공정의 개선에 관심이 많고 정부 출연연구소와의 협력 기회도 적다.

 최근 몇년 사이 중소기업 지원 정부 연구개발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11.2%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만 의존해선 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당연히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틈새를 메워줘야 한다.

 물론 대기업에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 정책 수립시 대기업들이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휴면특허가 중소기업에 활발하게 이전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에도 기술형 혁신기업에 버금가는 지원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회계조작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영혁신이다. 경영혁신형 기업과 기술혁신형 기업 육성은 별개가 아니다.

 기술혁신형 기업과 경영혁신형 기업은 ‘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의 두 날개가 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기술혁신 역량이 높더라도 기업 내부 경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온전한 혁신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중인 혁신형 중소기업의 범주에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도 포함되어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장길수 경제과학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