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세계가 아날로그에 이어 디지털 분야에서도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선진국의 고급품 사이에 끼인 호두 같은 처지, 이른바 ‘크래킹 너트(Cracking Nut)’ 현상을 경험하게 될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도래가 예고되고 있음에도 우리 산업계의 움직임은 여전히 저생산성·저효율성에서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근 외신을 통해 알려진 인터넷검색엔진 벤처인 구글은 인터넷·통신·미디어·뉴스·전세계 뉴스·출판·유통·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불가사리처럼 삼키며 이른바 ‘구글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생산성·업무 효율성 등에서 기존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상장 1년 만에 전세계 기업 CEO들의 속을 휘젓고 있다. IT업계의 맹주인 MS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지도를 위성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뉴스 서비스에 나섰고 인터넷상에 전세계 도서관의 책들을 스캐닝해서 올릴 계획이다. 유통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몸을 푸는 정도인데도 세계 최대 유통상인 월마트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조차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무료로 구축해 자사의 서비스 테스트베드로 삼겠다고 할 정도다.
1998년 9월 설립된 구글은 이제 전세계 웹 검색의 절반 이상을 수행한다. 40억개 웹페이지로 통하는 관문이자 15만이 넘는 광고주의 거점이다. 구글의 엔진은 전세계 140억개 웹페이지를 평균 0.2초 만에 검색하는 강력한 알고리듬 세트로 구성됐다. 사람이 분당 한 페이지를 검색한다고 할 때 5707년 걸리는 일이라고 한다.
이 구글의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 마케팅에서 나온다. 그 검색어에 들어갈 특정 단어 구문을 입찰, 그 검색어가 들어간 페이지에만 낙찰돼 업체 광고가 뜨게 된다. 검색자가 광고를 클릭했을 때 검색효과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들은 인기가 없는 검색광고를 스스로 없앤다.
구글의 위력은 MS·IBM·시스코 등 특정 분야 중심으로 전개됐던 IT분야의 영향력이 지역을 넘어서 분야를 넘어서 전세계로 확장됨을 말해준다(이미 한국어판 구글뉴스베타버전도 서비스하고 있다).
10의 100승을 뜻하는 ‘googole’이란 단어는 회사 가치 1000억달러를 넘어선 Google과 차이를 보이지만 역할은 숫자 그대로다. 구글 사이트는 ‘현실 제일주의’의 비즈니스로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생산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최근 나온 산업연구원(KIET)의 보고서는 구글의 생산성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90년과 2002년 우리나라 생산성 보고서는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촉발되고 혁신돼온 아날로그 제조업은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쌓아온 IT 및 서비스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에 미국의 32.6%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002년에 31.6%로 떨어졌고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라는 자동차·IT 같은 분야마저 미국의 26%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최근까지 경제가 더 좋아진 면은 없다는 게 공식적 보고이고 내년도 전망도 어둡게 나온 상황에서 비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조업 중 조선업만 유일하게 미국의 1.3배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했고 자동차와 일반기계·의류산업 등 대부분이 미국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도 오히려 크게 악화돼 90년 45.6%였던 것이 2002년에는 26.4%로 절반에 불과했다.
10의 100승을 노리는 구글처럼은 아니더라도 10%만 더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