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스페이스 코리아`의 불을 지피자

우주개발진흥법이 1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우주 관련 개발법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10개국에 불과하다고 하니 법률의 유무라는 관점에서는 우리나라도 우주강국 대열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번 진흥법의 시행으로 과학기술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외교통상·국방·산자·정통 등 9개 부처 장관과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는 ‘국가우주위원회’가 조만간 구성될 전망이다. 국가우주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우주개발의 대원칙과 비전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행에 들어간다면 2015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이 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이나 중국의 국가우주국(CNSA)과 같은 국가우주개발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30여개의 우주개발기구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에 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민간 기업과 일반인의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과 꿈을 일깨우는 일인 듯싶다. 우주개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기술적인 복잡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의 역량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선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이란 꿈은 실현되기 힘들다.

 정부는 우주개발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5년을 우주개발 원년으로 정했고 우주개발진흥법도 만들었다. 또 올해 추진하는 모든 과학문화사업의 초점을 우주과학 분야에 맞추겠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 코리아’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농사를 마감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스페이스 코리아’는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1차적인 원인은 일천한 국내 우주개발 역사에 있다. 우주개발 사업의 취약한 토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스페이스 코리아’의 붐을 조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우주 개발 선진국들은 40∼50년간의 우주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민간의 우주 열기가 높다. 미국은 아마존닷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우주개발회사인 블루오리진을 설립, 텍사스주에 우주비행선 시설을 만들기로 했고 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최초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 원’에 자금을 지원, 민간 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일본도 우주 열기가 높다. 최대 여행사인 JTB가 얼마 전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았고, 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은 2008년에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우주 관련 계획이나 사업들이 일견 ‘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우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공모에 들어갈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사업은 국민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우주인 선발 및 배출사업을 민간 컨소시엄 주도 방식에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항우연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민간의 자금과 관심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당초의 의도가 어긋난 셈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 선회는 그만큼 민간을 주축으로 우주 개발사업이나 이벤트를 벌이는 게 쉽지 않음을 잘 말해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우주인 배출 사업이 ‘관제’ 주도 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부터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사업은 ‘스페이스 코리아’의 불을 지피고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민간의 관심을 일깨우는 둘도 없는 기회가 돼야 한다. 이를 지렛대 삼아 우리의 우주개발 사업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길수 경제과학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