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 강국으로 가는길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마무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SW업계에 큰 선물을 줬다.

 노 대통령은 이달 초 ‘SW산업발전전략’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IT839 전략에 SW가 새롭게 추가 된 것을 전자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언급하며 “SW강국을 위해 앞으로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SW강국 코리아’를 천명한 셈이다.

 정통부가 먼저 대통령 의지에 화답했다. 오는 2010년까지 SW산업 규모를 53조원, SW 수출액을 50억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SW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업계도 SW 품질경쟁력을 기치로 내건 굿소프트웨어(GS)인증사협의회를 출범시켜 외산과 한판 대결을 선언했다. 국산이기 때문에 써달라는 막무가내식 요구에서 벗어나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모처럼 “국내 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가 최고 CEO-주무부처-업계에 걸쳐 완벽하게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선순환고리를 어떻게 활용해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업계의 노력이 먼저다. 무조건 품질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적인 SW의 품질이 100이라면 국산은 60도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이 정도로는 SW강국은 어림없다. 우리 안방도 외국계 기업에 다 내줘야 할 판이다. 사업형태도 문제다. 하루빨리 SI형태에서 벗어나 패키지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적당히 엔지니어 2∼3명 파견해 인건비나 남겨먹는 장사는 이제 접어야 한다.

 틈새 시장이라도 좋으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돈 된다고 하면 아이템 가리지 않고 적당히 만들어 파는 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수년, 수십년 한우물을 파며 세계적인 제품을 반드시 개발하고 말겠다는 CEO가 많이 나와야 한다.

 ‘동시에’ SW시장의 체질도 변해야 한다. 우선 국산 SW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는 발주처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토양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는 없다. 동시를 강조한 것은 아직 자생력을 갖고 버틸 만한 국내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생력의 기준인 매출 100억원을 넘는 우리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규모나 질적 측면에서 아직 외산과 게임이 안 되는 게 국내 SW업계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만의 몸부림으론 무의미하다. 그러다간 이번에도 구호성 강국으로 그치고 오히려 영세한 업체의 고사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 ‘강제적인’ SW 제값받기 운동이라도 벌여 시장 체질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공공기관의 프로젝트 발주방식 전환도 우선 고려대상이다. SI 위주의 발주관행은 국내 SW산업을 멍들게 하는 한 요인이다. 프로젝트를 수주한 SI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SW를 공급하는 현실에선 국산 SW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SW와 하드웨어 분리발주를 활성화하고, SW를 먼저 선정하고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만하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발주방식으로는 한국 SW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SI업체와 SW업체 간 상생의 경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도 SW산업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큰 틀에선 인력 양성과 원천기술 확보 등 SW인프라 분야에 집중해야겠지만 경쟁력 없는 SW는 과감히 버리고 가능성 있는 분야만 집중 육성하는 정책의 혜안이 요구된다. SW산업 육성의 초점을 특정 분야와 기업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는 SW분야에서도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성공의 주체인 기업 그리고 벤치마킹을 할 만한 성공한 CEO가 필요하다. 결국 SW강국은 이들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