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로봇 파워 온

 로봇이 다가온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게 아니다. 로봇태권브이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날아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마치 로봇국가인 양 언젠부턴가 여기저기서 로봇 이야기다. 정부는 로봇산업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규정했다. 여러 정부 부처에서 로봇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로봇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국 각지의 클러스터에도 로봇 관련 기업 유치는 마치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대학에도 로봇 관련 학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프로게임구단이 만들어진 데 이어 이제는 로봇격투기로 승부를 겨루는 R스포츠가 각광받고 있다. 또 이를 주도할 프로구단마저 등장했다. 게임처럼 로봇격투기가 지상파를 타고 중계될 날도 머지않았다.

 미래가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제 로봇은 신기한 첨단 분야에 발을 들인다는 도전의 의미라기보다 살아남으려면 로봇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존의 문제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로봇이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로봇 선진국인 일본의 로봇공업회는 로봇산업이 자동차 산업을 능가하는 거대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13년 세계 시장 규모만도 2000억달러를 웃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규정하고 2013년까지 총생산 30조원, 수출 200억달러, 고용창출 10만명으로 세계 3대 지능형 로봇기술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로봇에 대한 크나큰 관심은 오히려 로봇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장 큰 문제는 로봇이 갑작스럽게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보이는 것보다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로봇만큼 각 개인의 기대 수준이 서로 다른 게 없다. 로봇태권브이나 아톰 같은 수준, 또는 휴보나 아시모 정도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로봇 자체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로봇 테마주로 주목받는 회사 중 일부는 로봇과 큰 관련이 없는 곳이다. 로봇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 따른 부작용의 일단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로봇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직접적으로 산업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로봇에 대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키는 여러 개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단계인 지금은 로봇태권브이가 아닌 집안청소 등 주변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접근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로봇태권브이만을 쳐다보고 있다면 산업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선진국 대비 제어 80%, 시스템 85%, 생산 95%, 통신 95% 수준이다. 대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바로 로봇의 활용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산업이 우리의 생활과 산업의 미래를 보장해 준다면, 이에 걸맞은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이를 실행키 위한 의지가 이제부터라도 구체화돼야 한다.

 양승욱 부국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