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는 항상 북적거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산업을 총괄하는 부처이다 보니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탓이다. 그중에서도 12층은 요즘 거의 시장통이다. SW진흥팀이 있는 이곳은 연일 큰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대부분 재촉과 질책의 목소리다. 워낙 챙겨야 할 업무가 산더미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해 말 SW산업 발전전략 보고회 이후, 정확하게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고 말한 이후 12층은 더 시끄러워졌다. 그날 이후 SW는 화려한 변신을 했다. 수식어부터 달라졌다. ‘지식기반경제의 대표적인 지식산업’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인프라’ ‘IT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고부가가치 미래 성장동력’ 등 SW는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가 됐다. 임베디드SW가 고작이었던 IT839 정책에도 세 분야에 걸쳐 모두 당당히 주역으로 입성했다.
그러다 보니 챙겨야 할 업무는 종전보다 몇 배가 늘었다. 과(科) 단위로 추진해야 할 ‘거룩한 수준’의 중점 추진과제만도 5∼6개나 된다. 전문인력 양성, 산업 인프라 고도화, 유망기업 발굴육성, SW산업 글로벌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다 이에 따른 세부 아이템만도 무려 60∼70개다. 이 일을 SW진흥팀이 다 한다. 팀장 1명, 서기관1명, 사무관 3명을 포함해 고작 9명의 인원이 한다. 아무리 그들 하나하나가 뛰어난 인재라 해도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걱정된다.
SW산업은 이제 국가 CEO까지 직접 나서고 정부가 IT 육성철학을 바꿔가면서까지 중요성을 강조한 미래 성장동력이다. 이에 걸맞게 산업을 주도하고 꾸려갈 조직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참여정부 들어 홍수처럼 쏟아진 각종 위원회의 상근 근무자 수보다도 못한 인원이 미래한국을 짊어질 SW강국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소프트강국은 국민이 바란다고,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현실화할 정책과 조직이 필요하다. 체신부를 정통부로 개편한 것이 우리나라 IT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다는 점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팀조직을 확대한 ‘SW 진흥국’의 신설이다. 이를 밥그릇 하나 더 만든다는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러기엔 SW강국을 위해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 국내만 봐도 글로벌기업의 시장지배와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및 영세사업자 간 과당경쟁 등 당장 달려들어 해결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모든 사업자의 희망인 해외수출길을 닦는 일도 정책적 전략 없이는 현실화되기 힘든 사안이다. 교육부 나이스(NEIS) 프로젝트의 리눅스 채택에서 보듯 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춰 타부처와의 업무협조 필요성이 갈수록 증대되는 추세다. 이게 현실이다. 복잡하고 다변화된 구조로 정책 수요는 늘어나는데 정책 공급은 불가항력인 셈이다.
일본·중국·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청’ 또는 ‘국’ 단위의 조직에서 SW산업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 국가는 이미 SW의 중요성을 알고 걸맞은 조직으로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게 그들이 세계 SW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이를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 우위를 지키는 이유다.
SW산업은 한국이 자랑하는 우수한 두뇌와 제대로 들어맞는 산업이다. 제대로 된 조직만 갖춰진다면 분명 차세대 먹거리를 해결할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SW진흥국 신설은 SW강국 건설을 위한 실질적인 첫삽이다. 하루라도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