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2005 하반기 결승전’에선 막대풍선이 요란하게 술렁이는 가운데 응원석 한쪽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한팀을 이룬 응원가족이 단연 시선을 끌었다.
어머니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 김 군이 열광하는 그 게임이란 것이 궁금하던 차에 아예 응원석까지 따라나온 것이다. 그런 어머니에게 김 군은 경기 중간중간 자신이 즐길 짬도 없이 설명을 했고 간간히 들리는 응원석의 탄성과 아우성에 어머니는 차츰차츰 동화돼가는 듯 했다.
가족 불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게임이 가족통합의 매개체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공부방에 틀어 박혀 게임에만 심취했던 청소년의 PC가 거실이나 안방으로 나왔으며, 자연히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할아버지·할머니와도 함께 겨룰 수 있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바뀐 풍속도다.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한 ‘게임정보화 교육 콘퍼런스’는 실버세대에 대한 게임 정보화 교육의 필요성과 청소년들에 대한 건전게임문화 교육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만든 자리였다.
이 날 300여명의 참석자들은 게임이 가족 구성원들의 벽에 갇힌 콘텐츠가 아니라 가정내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특히 ‘청소년과 게임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더이상 게임을 청소년들에게만 갇힌 세계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며 “이미 게임이 가져오는 성장·교육·사회관계 등에서의 여러가지 순기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가정내에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전일본어뮤즈먼트 시설영업자협회연합회(AOU)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임센터에 누구와 함께 가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0% 이상이 “가족과 함께”라고 답했다.
친구나 같은 세대, 또래집단으로 집중됐던 대답이 빠르게 가족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본이 이렇듯 게임산업과 문화측면의 모든 변화가 우리나라보다 한발 빠르다고 할때 우리도 좋은 본보기로 삼을 만한 근거가 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게임내에 존재하는 부작용와 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게임이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이상, 무조건 기피하거나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차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게임이 이제 온가족이 즐기는 홈엔터테인먼트 문화로, 전세대가 공감하는 여가생활로 자리 잡도록 노력을 쏟아야할 때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