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000억원대 매출을 넘어서며 고성장을 거듭했던 국내 PC게임시장은 2001년 2000억원 시장 돌파를 목전에 두고 꺾이기 시작한다. 정상적인 산업의 성장곡선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역 V자’를 그릴 정도로 급격한 시장 돌변이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지난해 국내에서 개발돼 출시까지 된 PC게임은 고작 1∼2개에 그치며 그야말로 ‘씨가 말라’ 버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불법복제가 가장 직접적 원인이다.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인터넷을 타고, 공짜 게임이 돌아다니니 시장에서 제 가격을 치르고 정품을 사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꼴이다.
PC게임에 이어 산업 주도권을 쥐게된 온라인게임이라고 해서 불법복제나 카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중국에 들어가자 마자 서버가 해킹되고, 사설 서버가 돌아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급기야 중국시장 최고에 오른 한 한국 온라인게임은 중국 업체가 소스와 시스템, 스토리·배경까지 고스란히 베껴 시장 1위를 가로채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해말 게임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들쑤셔 놓았던 ‘온라인게임 작업장(PC를 모아놓고 해킹 또는 자동실행 프로그램으로 게임내 아이템을 확보하는 집단 활동)’ 문제는 게임의 불법 이용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극단적 악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물론 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작업장’ 공격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 가장 대대적인 것이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도 성행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PC게임 시절 ‘재미삼아’, ‘다들 하니까’라는 개인적이고·충동적으로 이뤄져온 불법이 온라인게임에 이르러 조직화·사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만큼 게임업계가 입는 피해의 정도는 심각해지고, 그것으로 돌아오는 사회적 역작용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해킹 및 불법서버 등으로 인한 피해액이 이전 국내 PC게임시장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93년 6월8일자), 서울지방법원 판결(97년 9월12일자) 등은 이미 디지털 창작물(게임 등)에 대한 복제·해킹 등이 명백히 지적재산권에 반하는 불법행위임을 규정한 바 있다.
법 규범을 무시한 불법이 횡행하면서, 관련 산업의 발전을 논하는 것은 식민사회서 국민 주권을 논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이용자 스스로가 불법의 유혹을 뿌리치고, 합법적 게임의 이용 공간을 올바르게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 게임산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첩경인 셈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