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전자정부, 小兒病에서 벗어나라

 참여정권에서 전자정부는 혁신의 상징이다.

 전자정부는 IT인프라를 이용해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데 구축목적을 둔다. 바로 이 ‘효율성’과 ‘투명성’은 참여정부가 당초 생각한 혁신의 방향이며 내용이다.

 참여정부가 ’전자정부=혁신’에 얼마나 큰 기대를 했는지는 몇 가지 사례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정권초기인 인수위 시절, 전자정부 로드맵의 실질적인 조정권한을 정통부도 행자부도 아닌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에 모두 맡겨버렸다. 예산지원도 일반 프로젝트와는 달랐다.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전방위로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됐다. 추진체계의 혼선이 커다란 장애였다. 효율성과 투명성은커녕 오히려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감사원으로부터 매년 중복투자라는 지적만 받았다.

 전자정부 추진과 관련된 주도권 싸움은 이미 주무부처가 정통부서 행자부로 바뀌면서부터 예견됐다. 전자정부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무게 중심이 여전히 정통부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큰 그림은 실제 업무에 어두운 혁신위가 그리다보니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관료조직의 속성인 자가증식 분위기와 맞물려 문제만 더욱 꼬이는 모양새가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자정부의 추진체계가 새롭게 가닥을 잡았다.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은 관계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그동안 혼선이 지속돼온 추진체계를 국무총리 산하 정보화추진위원회에 ‘전자정부 분과위’를 신설, 각 부처의 전자정부 사업 지원을 일원화했다. 또 31개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에 대한 평가·조정 권한을 혁신위에서 행자부로 이관, 실질적인 집행부서에 힘을 실어줬다.

 이로써 행자부·정통부·혁신위가 추진체계를 놓고 벌인 주도권 다툼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무 자르듯이 말처럼 쉬울 것 같지 않다. 벌써부터 각 부처와 기관들은 이번 결정을 놓고 나름대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눈치다.

 먼저 혁신위 산하 전자정부특위의 주요 역할을 대부분 이양받은 행자부는 이번 추진체계 정비를 계기로 전자정부 사업의 헤게모니를 확실히 챙기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자정부 분과위가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산하로 편제된 것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정보화추진위원회의 대표 간사가 정통부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정부 사업은 정통부 우산 아래 놓이게 된 것 아니냐는 게 행자부의 시각이다. 여전히 부처간 앙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섭섭해 하는 쪽은 혁신위다. 역할이 대통령 자문기구 정도로 축소된 것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용도폐기당했다는 피해의식도 보인다.

 이번 추진체계 교통정리를 보면 전자정부 사업을 국가정보화라는 큰 틀에서 해석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읽힌다. 각 부처의 상위인 국무총리실로 추진체계를 일원화해 IT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더욱 효율적인 행정혁신을 꾀해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부처간·사업간 잡음 역시 청와대(정책기획수석)가 직접 나서 챙기겠다는 것도 이 같은 의지를 웅변해준다.

 대통령의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 CEO가 어렵사리 얽힌 실타래를 풀어낸 만큼 나머지는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몫이다. 필요하다면 자기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조직논리에 함몰돼 이해득실이나 따지는 소아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혁신을 위한 전자정부는 요원하다. IT강국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묵 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