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통개편위`가 뜬다는데…

방송통신구조개편추진위원회(가칭)가 조만간 출범할 모양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서 결정한 일이다. 전격적이다. 여기서 작업을 벌여 통신과 방송 영역을 총괄하는 통합기구를 만든다고 한다. 방송위와 정보통신부로 나눠진 조직과 기능을 합쳐 통·방 영역 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이다. 놀랍고 아찔한 발상이다. 방송위는 환영하는 분위기고 정통부는 떨떠름한 태도란다. 두 당사자가 서로 상반된 반응인 게 우선 마음에 걸린다.

 이 소식을 한 지인에게 알렸더니 대뜸 ‘정치적’이라는 반응부터 보인다. 통합기구부터 발족시키겠다는 결정 자체가 그렇다는 거다. 물론 청와대나 총리실이 하는 일의 속성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통합기구가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난산 끝에 나온 옥동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보내는 모양이다.

 물론 공감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영역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게 2002년이니 벌써 햇수로 5년째다. 통계를 보니 최근 2년간 열렸던 공개 토론회만 300건이 훨씬 넘는다. 그러고도 달라진 게 없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정통부가 치면 방송위가 받고, 방송위가 걸면 정통부가 비켜가는 식이었다.

 IPTV 서비스만 해도 그렇다. 정통부는 일단 서비스부터 하자는 것이고, 방송위는 토대(구조개편)부터 만들자는 주장이다. 정통부는 통신사업의 경제적 논리를 대변하고 방송위는 방송의 전통적인 공공성과 공정성을 따지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TV사업자의 통신시장 진입이 막히고 통신사업자의 방송서비스가 규제당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했던가. 사실 방송산업이나 통신산업 처지에서 볼 때 두 기관이 그렇게 으르렁거릴 필요는 없다. 방송사업자는 정한 절차에 따라 적격 여부를 판정받으면 되는 것이고, 통신사업자 역시 절차에 의해 지위를 얻으면 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어디 봄바람에 말똥구르듯 쉬운 일인가. 통신과 방송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부터 그렇다. 식생활이 바뀐 것처럼 소비자나 수용자의 통신과 방송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진 지 오래다. 전통적인 규제철학이 충돌하거나 겉돌 수밖에 없다. 통·방 영역 논의가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청와대와 총리실이 직접 나선 것은 일단 맞는 순서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갈 길이 바쁜데 ‘도찐개찐’ 싸움으로 날 저무는 형국인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닥치는데 팔자걸음만 하는 것을 더는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총리는 이미 지난 봄 통·방 논의기구 위상을 총리실 산하로 제안해 놓았던 터다.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조직 외형의 통합으로 풀리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산술적 계산을 하기에 기술은 너무 앞서 가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낳아버린 자식(융합서비스)들은 이미 범람 수준에 이르렀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방 영역 논쟁의 본질은 규제철학 간 조화에 관한 문제다. 새로운 환경에서 규제원칙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 일부에서 시도되고 있는 ‘규제없는 규제’나 ‘수평적 규제’ 또는 ‘탈규제’와 같은 대안은 그 논의의 일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규제원칙을 수행할 규제기구의 통합이나 신설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정치적 판단이란 이성적이거나 실체적 접근보다는 현실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통합기구부터 발족시킨다는 결정은 그래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나 총리실의 행보는 이제부터가 중요해 졌다. 서현진 IT산업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