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미 FTA 너머

2월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수뇌까지 이구동성으로 대미 FTA 협상에 나설 것이며 내년 6월 이전까지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FTA는 향후 1년 동안 우리 경제의 미래와 관련한 논의 가운데 단연 앞자리에 서게 됐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에서 보듯 이 같은 정부의 방침 실현까지에는 현실과 상당히 괴리되는 부분도 있고 고려돼야 할 부분이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한·미 FTA 일정에 대해 직접 “FTA가 어느 날 불쑥 솟아오른 게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를 포함한 정부와 국민 간에는 정서적 괴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반 스크린쿼터 축소, FTA 협상 움직임을 보이는 비판적 시각에 선 사람들의 주장처럼 우리 협상이 ‘내년 6월에 끝나는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맞춰서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계산’이라는 주장 다독이기에서부터 농민들의 FTA 후폭풍 보상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울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왕 정책적 판단에 의해 그렇게 됐다면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 홍보 △FTA를 통한 이해 득실과 국가적 이익 등에 대한 근거논리 △그 결과로 피해보는 그룹에 대한 대응책 등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세계 교역의 55%가 FTA 국가 간에 이뤄지며 전세계 18억 인구가 이 시장에 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이 자원보고인 동남아와 FTA를 먼저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교역장벽으로 인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원료 조달 △완성품 경쟁력 상실 등을 겪게 됨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FTA가 보호무역주의에 반발해 나온 개방주의 철학에 근거한 글로벌 경제체제의 산물인만큼 쌍무협상시 개방화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도 강조돼야 한다.

 특히 우리 국가 경제의 70%를 담당하는 무역액 가운데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전자·IT 분야가 글로벌화 개방화에 따른 효과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배려도 해야 한다. 우리 IT업계는 장점인 유비쿼터스 기술, 전자정부 등을 포괄하는 IT 조달시장,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의 분야에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또 정부가 이미 밝힌 대로 한·일 FTA 등 동시다발적 협상을 병행, 첨단부품 소재 장비를 중심으로 350억달러에 이르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책의 가능성을 이해시켜야 하고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미, 한·일 간 FTA 협상 이후의 그림에도 신경써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CDMA 반도체 기술 등 첨단 IT분야에서 턱밑까지 다가온 중국이 아시아 시장에 대비하는 자세가 그것이다. 중국이ASEAN과 맺은 FTA 협정은 이미 지난해 7월 1일부터 발효되고 있다. 이것이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아시아 국가의 역내 교역량이 전체의 40%라는 점이다. 또 8억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중산층 가운데 아시아가 5억명을 형성해 미국과 유럽의 3억명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바짝 쫓아오는 중국을 보면서 우리는 한·미 FTA와 한·중 FTA는 물론이고 대 ASEAN FTA라는 중차대한 과제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월 시작될 한·미 FTA는 이러한 큰 구상을 가슴과 머리에 품고 이뤄지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수출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70%를 넘는 나라가 살아나가는 한 방법이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