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박대연과 빌 게이츠

 #이야기 하나

우리는 지금 SW 강국을 얘기한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저 아래 조그만 벤처기업까지 SW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나라 전체에 요즘처럼 SW에 대한 열정이 넘쳐난 적이 없었다. 불과 1∼2년 전 분위기와는 천양지차다. 우리산업에서 SW는 항상 ‘찬밥신세’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인프라와 단말기 그늘에 가려온 탓도 있지만 정작 ‘하고는 싶지만 할 수 없는 분야’로 치부돼온 탓이 크다. 워낙 소수의 글로벌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환경이 오랫동안 그렇게 머릿속을 지배해왔다.

 이런 인식은 아직도 엄존한다. 과연 누가 MS처럼 독점 가능한 좋은 제품을 만들고 또 그렇게 마케팅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팽배하다. 우리에게는 아직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SW 강국을 말한다. 진정한 IT강국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앞이 보인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응용 SW분야에서는 이미 해외 유수 업체를 제치고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사례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에서마저 우리 제품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GS인증 바람을 탄 국산 SW의 품질 향상이 무서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빌 게이츠에 견줄 만한 글로벌 스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SW산업도 의미있는 도약이 가능하다. 이기태 삼성 사장의 ‘장인정신’이 세계 휴대폰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듯이 SW시장에서도 누군가 나와줘야 한다.

 성공모델이 필요한 시기다. 성공의 주체인 기업 그리고 벤치마킹을 할 만한 CEO가 필요하다. 결국 SW강국은 이들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야기 둘

박대연(50)을 주목한다. 그의 공식 직함은 티맥스의 기술총괄 책임자(CTO)며 카이스트 교수다. 전라도 한 깡촌 출신으로 야간 상고를 나왔다. 은행 전산실에서 10년을 근무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천재성을 요구하는 SW 공부를 하기에는 분명 늦은 나이였다. 단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게 재미있다는 이유로 간 유학이었다. 학비를 아끼느라 초고속으로 학부과정을 끝낸 후 96년 남가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곧바로 엔지니어 5명과 티맥스를 세웠다

아직도 회사에서는 창업자인 그를 ‘교수’로 호칭한다. 본인이 원해서다. 결혼도 미뤘다. 20년 동안 그 흔한 연극이나 영화도 한편 본 적 없다. 이 정도면 분명 기인이다. 흔치 않은 이력과 행동 때문에 그를 주목하자는 게 아니다.

박 교수는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BEA와 IBM을 누르고 시장을 장악했다. 국산 SW가 공룡 다국적 기업을 누른 것이다. 그는 지금 운용체계(OS) 개발까지 꿈꾼다. MS와 정면대결을 준비한다. 이미 미들웨어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무기삼아 DBMS BPM 등에서 오라클을 넘보는 중이다. “개발력은 내가 낫고 마케팅은 MS가 앞선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정도면 무슨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마치 무명의 한 무사가 무림 고수를 하나하나 쓰러뜨리고 시장을 평정하는, 한 편의 잘 짜인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마냥 근거 없는 얘기만도 아닌 것 같다. 2평 남짓한 티맥스 연구실에서 새벽을 맞는 게 그의 일상이다. 전체 700여명 직원 중 솔루션 개발자까지 포함하면 550명 정도가 개발인원이다. 국내 SW 역사상 이런 회사는 처음이다.

 ‘2010년 매출 3조원, 세계 5위 SW 도약’이 그의 꿈이다. 그야말로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꿈꾸지 않는 자는 이룰 수도 없다. 진정한 SW강국은 이런 ‘장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키워주는 환경이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도 ‘빌 게이츠’를 가질 때가 됐다.

김경묵부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