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인당 1개의 불법카피 본만 만들어도 15억개의 카피가 만들어지는 나라 중국.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및 압력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지만 중국의 ‘해적행위’는 더욱 조직적이고 대규모화돼 가고 있다.
최근 급성장한 IT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중국의 해적행위가 한국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블랙마켓’은 초기 제조업 위주로 진행돼 오다, 최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급속 팽창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 소도시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된다는 이유로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게임쇼 ‘차이나조이2005’에는 중국의 한국산 게임 복제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말해준 대표적 행사였다. 누가 보더라도 한국의 게임을 베낀것이 분명한 게임들이 공식적으로 출품된 한국의 원작들과 나란히 전시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비엔비’를 흉내낸 ‘큐큐탕’이 있었고, ‘카트라이더’를 모방한 ‘카트레이스’ 등이 보란듯이 시연됐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이 해적게임의 온상이 되는 이유는 원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데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모방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했고, 이제는 시장 규모면에서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설사 불법사실이 한국 게임업체에 적발돼 소송이 걸리더라도 ‘미르의 전설2’ 사례가 보여주 듯 현지법에 따라 판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가 불투명 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인 한국 업체에는 그다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이 한국 게임을 모방하고 복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은 우리 나라의 게임산업을 직접 위협할 가장 큰 경쟁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 게임산업의 기술 수준은 이미 한국에 근접해 있고, 한국 게임산업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도 지난 몇 년간 한국 게임의 현지 서비스와 불법복제, 모방 등을 통해 오히려 현지시장에서는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국의 게임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자국산 게임엔진 개발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e스포츠를 국가 정식 스포츠로 선정하는 등의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 상대국이 미국, 일본이 아니라 해적행위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을 이룬 중국이 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국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 하던 현지 파트너로 시작해 한국 게임을 복제, 시장에 성공시키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이른바 ‘부메랑 효과’에 대한 정부·업계 차원의 공동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