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노준형씨와 진대제씨

예법상 진대제씨와 노준형씨 順의 호칭 맞다. 그러나...

노준형씨와 진대제씨. 두 분은 아직 현직 정보통신부 차관과 장관이다. 그러니 예법상 진대제씨와 노준형씨 순으로 호칭해야 맞다. 그러나 세상 인심은 어디 그런가. 노준형씨는 새 장관 내정자 신분이고 진대제씨는 군대 내무반 분위기로 치자면 제대 일자를 카운트하는 게 취미가 된 ‘갈참’이다. 무게 추가 이미 뒤바뀐 것이다. 노준형씨가 어떤 배경에서 장관 내정자가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대제씨가 여전히 힘을 축적하고 있는지도 따질 필요가 없다. 그것이 관료사회의 냉혹함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진대제씨로 말하자면 그에게 덧씌워지는 수식어가 어디 한두 개랴. 무엇보다도 그는 참여정부 역대 각료 중에서 가장 ‘힘 센’ 장관이었다. 민간 기업의 오너처럼 매사에 자신만만했고 언행에도 거침이 없었다. 취임 초부터 밀어붙인 IT839정책은 몇 안되는 참여정부의 치적으로 남을 만한 것이다.

 그런 그가 이달 초 있었던 개각 전까지 장관직에 연연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의외다. 측근들도 나서서 주변에 그의 연임 필요성을 설파했다고 한다. 그가 시작한 IT839 정책을 그로 하여금 완성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연임하고자 했던 이유가 정말 IT839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이었는지는 알바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그는 보름쯤 후면 정통부를 떠나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할 정치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에서 최장수 재임기록을 세운 진대제씨가 정통부를 떠난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까. 요즘 정통부 내에서는 후임 인사에 대한 하마평 말고도 진대제씨 이후의 새판짜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다고 한다. 이 부서와 저 부서가 합쳐진다든가, 저 업무가 이 업무에 통폐합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장관이 무려 3년 만에 새로 바뀐다니 그럴 법도 한 일이다.

 물론 조직이나 업무 재편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통방융합 논의 상대인 방송위원회로부터는 “너희부터 융합하라”라는 등의 비아냥까지 들어 왔다. 유사 업무나 조직을 개편하라는 뜻일 것이다. 통신규제 정책을 놓고도 그 틀이나 방법론에 대한 개혁을 안팎으로부터 요구받아온 터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요구에 대한 수용 시기가 하필 왜 장관이 바뀌는 때인가. 진대제씨가 그동안 이런 요구를 모른 체했거나 수용할 능력이 없어서였을까. 물론 노준형씨에 힘을 불어 넣어주거나 새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런 와중에 진대제씨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떠돈다는 사실이다. 어떤 정책은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거나 어느 누구에 대해서는 이른바 ‘케어’를 부탁했다는 식이다. 그저 소문일 뿐이려니 하지만 떠나는 마당에 이런 말들이 떠도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진대제씨나 그를 떠나보내는 정통부 조직으로서나 썩 좋은 일은 못된다.

 노준형씨로 말하자면 평소 관가에서 ‘원만하고 뛰어난 업무 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개인적으로도 별다른 흠이 없어 얼마 후 있을 국회청문회도 무난하게 받아 넘기리라는 전망이다. 그런 노준형씨도 간과해서는 안될 게 하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지만 중앙 부처의 조직이나 업무는 장관이 바뀌든 안 바뀌든 지속성과 영속성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이 시대는 수장의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역량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축적된 시스템에 의해 일관되고 꾸준하게 변화하는 것을 원한다. 새 장관내정자로서 노준형씨 역할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진대제씨가 굳혀 놓은 스타일을 단번에 바꾸는 것도 그렇겠지만 잡음을 우려해 ‘뛰어난 업무 조정능력’만을 발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업무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자기 목소리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서현진 IT산업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