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낸드의 기대와 그늘

 낸드위기론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로 인해 세계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와 이제 막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하이닉스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세계 낸드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올 영업이익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벌써부터 고개를 쳐들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초대형 호재였던 낸드플래시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관련업계·증권가·언론에서 연일 ‘낸드플래시 괴담’을 쏟아낸다. ‘코리아 IT파워’의 대표 제품으로 꼽혔던 과거 낸드의 위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이제는 전체 주가를 끌어내린다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해명하기에도 지친 모습이다.

 데이터의 저장과 삭제가 자유롭고,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에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명실공히 D램을 잇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다. 더구나 시장과 효율성을 국내 기업이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D램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미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낸드플래시로만 5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전체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을 낸드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세계 3위 업체인 하이닉스는 매출의 40%가 낸드플래시다. 특히 하이닉스는 전체 영업이익 중 낸드플래시 부문 비중이 55%를 넘는다. 결과적으로 낸드의 위기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위기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낸드를 흔드는 손은 보이지 않는다. 낸드위기론의 출발점 찾기가 쉽지 않다. 올 초 터져나온 낸드위기론의 근거는 일본 소니가 게임기에 낸드 대신 하드디스크를 탑재할지도 모른다는 외신이다. 가격 하락이나 경쟁업체의 참여 등은 낸드위기론을 설득력있게 들리도록 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소니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급속한 확대와 가격 하락은 이미 업계에서는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시종일관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세계 낸드시장의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별로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작 당사자는 별반 신경을 안 쓰는데, 시장에서는 마치 낸드가 무너질 것 같은 반응이 터져 나오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대개 1년 정도 지나면 40% 정도 떨어진다. 그러나 반대로 같은 기간 시장규모는 40%나 커진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우려를 과잉 반응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은 이유다. 여기에 낸드의 수요처인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모바일기기의 등장은 낸드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반도체업체들의 낸드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미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낸드시장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가 향후 2년간 4조여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늘린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메이커인 인텔도 데스크톱PC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규격의 표준화와 함께 플래시메모리의 양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낸드시장에서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를 제치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낸드위기론에 휩싸여 투자 여력이 크게 감퇴해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낸드위기론은 어쩌면 낸드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거없는 소문에 시장과 기업이 위축되고, 그 틈새를 외국 경쟁업체들이 공략한다면 낸드위기론은 정말로 현실화될 수 있다. 누가 IT코리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낸드위기론을 조장하고 부추기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양승욱부국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