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 부족한 정통부

도대체 길이 안보인다. 통·방융합 논의가 다시 혼미해질 기미다. 어렴풋이나마 보일 것 같았던 길은 엊그제 총리 낙마로 다시 안개 상황이다. 새삼스럽지만 통·방융합 논의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화두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통·방융합 논의는 누가 말 고삐를 쥐느냐 하는 주도권 쟁탈일 뿐이다. 그 양편에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있다. 둘은 기회 있을 때마다 ‘먹거리 창출’과 ‘공익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왔다. 정통부는 먹거리에 관한 논의인만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계산이었고 방송위는 정치논리로 접근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몇년째 이렇게 아옹다옹하다 보니 ‘그럼 내가 한번 서브를 날리겠다’며 라켓을 받아갔던 총리다. 방송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정통부는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총리실이 총대를 멘 것은 결국 문제의 해법이 정치적 수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지경에 다다랐음을 뜻한다. 그러니 라켓을 쥐었던 총리의 낙마가 방송위에는 우려로, 정통부에는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됐음직도 하다.

총리가 낙마하던 날 방송위 고위 인사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차라리 시사적이다. 이 고위 인사는 이날 “(논의의) 추진력이 이어질지 모르겠다”며 앞날을 우려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라 했던가. 엊그제 방송위는 정통부의 언론에 보도된 직제개편(안)에 대해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통부가 정보통신진흥국과 전파방송정책국을 합친 ‘통신방송정책본부’의 신설을 꾀해온 게 화근이었다. 통신방송정책본부라는 명칭은 사실 그 느낌만으로 상대방을 자극할 소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방송위로서는 ‘방송 분야로의 영역 확장 의도’로 읽혔을 법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을 향해 솥뚜껑을 들어 보인 격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통부가 방송위에 대한 선제 공격용으로 이런 계획을 내보냈을 리는 없다. 그 나름대로는 통·방융합 시대에 대비한 조직 정비와 직무 방향에 대한 사실적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취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방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미묘한 시기에 직제 개편부터 추진했다는 사실은 성급한 처사라 몰아붙여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정통부로서는 매번 이렇다 보니 답답할 노릇이다. 통·방융합 논의에서 공익성보다는 산업논리가 우세한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정통부 입장에서는 IT인프라 강국인 한국이 통·방융합에서 새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세계적인 우스개거리가 된다는 조금함도 느낄 것이다. 기회만 있으면 공중과 공익을 앞세우는 방송위가 어찌 시대착오적이고 한심해 보이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정통부의 고민은 언제나 거기까지만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제는 어떤 선의의 일을 해도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제개편(안)은 ‘앞에서는 논의에 나서면서 뒤에서는 “그래봤자 결국 우리 몫”이라는 계산을 했다’는 것으로 비치기에 딱 좋은 예다. 광대역융합서비스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방송위가 볼때 이 법안은 방송법을 피해가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전투 의지만 부추기는 셈이다.

정통부가 매번 2% 부족하다는 것은 그래서 나오는 얘기다. 방향은 옳지만 방법이 마뜩지 않거나 매사가 성급하다는 뜻이다. 이젠 여유와 시각 교정이 필요할 때다. 한발만 물러설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면 2%를 채워줄 조력자가 눈에 띌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방송위라면 더욱 근사한 구도가 되지 않겠는가!

◆서현진 IT산업부장jsuh@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