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성될 3기 방송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 2기 방송위원회 위원 임기가 내달 9일까지다. 원칙대로라면 이때까지는 바톤을 이을 3기 구성을 마쳐야 한다. 새삼스럽지만 방송위원회는 고유업무 말고도 앞으로 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국가적 대사로 떠오른 통신·방송 융합 논의를 직접 이끌 한 축이다. 9명의 장·차관급 위원을 선임하는 일이 방송계만이 아닌, 산업계 전반의 관심사가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자천타천 물망에 오르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것 역시 앞으로 방송위원의 위상과 역할을 짐작케 해준다. 방송위원들의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이해 관계가 달라질 정책이나 사업이 어디 한두 가지랴.
그런데 문제는 과연 9일 이전에 3기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느냐다. 방송위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관가나 정가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아니올씨다’라는 반응이 대세라고 한다. 알다시피 방송위원회 위원은 대통령 추천 몫 3명과 국회의장 추천 몫 3명, 국회 상임위원회(문화관광위원회) 추천 몫 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 후보들의 신원조회 기간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엊그제 정도는 각 몫의 후보 추천이 있어야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3기 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 2기 위원회가 임기를 연장해 업무 공백을 메울 수는 있다. 법은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일 수는 없다.나랏일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3기 방송위원회가 큰 몫을 갖고 관여해야 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출범 일정만 해도 그렇다. 총대를 메기로 한 총리실이 5월 출범을 책임지겠다고 이미 공언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그 한 축이 될 새 방송위원회가 구성조차 못하고 있으니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제때 출범도 이미 물건너간 얘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이런 대사를 임기가 끝난 2기 위원위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임기를 열흘이나 남긴 2기 위원회가 28일 새 경인민방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을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판국이다. 도대체 위원회 구성을 늦추게 하는 요인이 뭘까. 하긴 요즘 방송위원회를 소관하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보면 적어도 겉으로는 3기의 구성이 방치돼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엊그제 열린 상임위에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추천비율과 방식을 뜯어고치고 위원 일부를 연임시키는 순환충원제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으로 여야가 논쟁을 벌였다. 추천 후보에 대해 검증 방안으로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던 세월을 두고 이제 와서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설명할수 있을까. 그 성격이 아무리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제때에 구성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닌가.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늦바람이 났다고밖에 할수 없는 노릇이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도 그렇다. 여야 정치권이 사생결단의 기세로 몰아가는 선거정국에 방송위원회 구성 문제가 뭐 그리 대수롭겠느냐는 게 그런 시각의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위원회의 구성은 선거가 끝난 6월이나 아니면 하한기를 지난 9월쯤에나 가능하다는 극단적 시각도 나올 법하다.
3기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앞으로 책임질 일은 비단 우리나라 방송의 미래뿐만이 아니다. 몇 년째 묵혀 두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 논의야말로 역사적인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는 이 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보면 가슴이 시렵기조차 하다고 한다. 새 먹거리 창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세계에서 그만큼 뒤처지게 된다. 지금은 게으름을 피우거나 이해관계를 따질 때가 아니다. 모두 나서 새 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시급하다.
◆서현진 IT산업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