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백화점식 전략 보고서

 문화관광부 산하 2010게임산업전략위원회는 최근 한국이 세계 3대 게임 강국이 되기 위한 실행 전략을 발표했다. 김명곤 문화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된 ‘2010 게임산업 실행전략 보고서’의 핵심은 간단하다. 오는 2010년 게임 수출 36억달러를 달성하고 게임산업 규모를 세계 시장의 10%로 키워 한국을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를 위한 5대 방향 7대 과제 등 실행 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 및 추진 체계까지 내놓았다.

 현장에서 보고서를 처음 접한 기자는 “뭐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업계의 한 지인에게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주먹구구식 보고서라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업체가 뭘 할지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학계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 봤다. “위에서 만들어진 정책 방향으로 그냥 발표된 논문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런 평가를 내린 두 사람 모두 2010위원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이였다.

 급히 위원회로부터 퀵 서비스로 배달받아 214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보고서 도입부에 해당하는 비전 설정이나 문제점 지적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예산도 그 정도면 역설적으로 대단히 경제적(?)이다. 2007년부터 4년 동안 총 5541억원을 투자해 한국을 세계 게임 3대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로 매우 효과적인 실행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26개 소과제, 101개 세부과제, 316개 사업 아이템 꼭지와 이에 따른 예산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7대 과제에 동원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그대로 나열해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순위, 선택과 집중 같은 개념보다는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추진체계에서도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게임산업의 주무부처로서 문화부가 게임 산업 3대 강국을 위한 ‘헤드쿼터’가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게임산업과는 예산 규모로만 보면 국 단위인 게임산업국으로 격상돼야 한다. 하지만 7대 과제 중 하나인 법 제도 개선 분야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

 더욱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게임산업개발원이 3대 강국 전략 실행을 위한 ‘메인 터미널’ 기구로 실질적인 집행을 맡도록 하고 있는 대목이다. 다른 부처에 연간 사업비로 1000억원 이상을 사용하는 원 기구가 많은 상황에서 게임개발원이 1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 전체 인원 30여명에 연간 사업비가 102억원에 그치는 게임산업개발원이 내년부터 갑자기 1000억원 이상을 사용하는 거대 조직이 된다는 대목은 혼란스러웠다. 게임산업개발원이 이 정도 예산을 쓰려면 현재의 재단법인 신분(?)을 법적 근거를 갖는 명실상부한 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조치에 대한 언급은 보고서 어느 곳에도 없었다.

 위원회 측은 예산이 많이 잡힌 것에 대해 “위원회가 정부에 제안하는 보고서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안하는 것을 받아들일지는 문화부의 몫이라는 뜻이다. 위원회의 말대로 이 보고서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문화부의 판단에 달렸다. 다만 이 보고서가 연간 130억∼140억원인 문화부의 게임 관련 예산을 10배 이상 늘리고, 그 집행을 게임산업개발원이 맡도록 하기 위한 전략 지침서로 오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마디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보고서는 세계 3대 게임 강국을 위한 실행 전략 보고서의 서문쯤 되는 것 같다. 여기서 지적된 문제점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좀더 전문적인 컨설팅과 의견 수렴을 통해 꽉 짜인 ‘실행 계획’이 담긴 2차 보고서를 기대한다.

 디지털문화부·이창희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