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 육성이나 산업공단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이나 영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적 기반이 취약했던 광주, 원주, 군산·장항 등을 중심으로 광산업 클러스터, 의료 클러스터, 자동차 및 부품 클러스터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의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던 이들 지역이 의욕적으로 IT·BT·CT 등 첨단 분야에서 신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고 지자체와 지역혁신기관, 지역 내 산·학·연이 합심해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참여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전략과 혁신 클러스터 육성정책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평가도 가능할 것 같다.
얼마 전 광주와 대구 지역 IT업계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지자체나 IT 관련 혁신기관들이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IT 등 첨단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광주는 광(光) 클러스터 육성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광주과기원·광산업진흥회·광기술원·ETRI 광통신연구센터 등을 중심으로 광산업 육성 의지가 돋보였다. 광주과기원은 특히 지역의 광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통신연구소인 벨연구소의 광주 유치 방안을 적극 모색중인데 담당자들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광주시는 한발 더 나아가 전자부품연구원과 함께 디지털 가전 클러스터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를 프리미엄 가전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나노집적센터와 생산기술연구원 광주 분원 건설 등이 마무리되면 광주는 첨단 IT산업의 전진기지로 거듭날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도 신성장엔진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LG그룹이 파주에 LCD 단지를 조성하면서 위기의식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데, 구미공단과 대구성서공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디스플레이와 모바일산업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구와 경북 지역이 합심해 정통부로부터 모바일 특구로 지정받으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고 포항 등이 중심이 돼 R&D 특구로 지정받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섬유산업과 컴퓨터산업을 결합해 웨어러블 컴퓨터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도 구체화되고 있다. 임베디드 분야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 혁신 클러스터나 산업단지 전문화가 진전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과연 비옥한 토양이 갖춰졌는가 하는 점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 지역 IT기관장의 지적은 뼈아프다. “정부 산하 기관과 우수한 인재를 지역에 적극 유치했으나 정작 여기에 근무하는 연구원이나 직원들은 주변 시설에 별로 만족하지 못한다.” 주중에는 지역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교육·문화·주거환경 등 종합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이나 대전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자칫 국내판 ‘기러기 아빠’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역 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전문 산업단지나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주거·문화 등 종합적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토 균형성장 전략이니 혁신 클러스터 육성이니 하는 정책이 국내판 ‘기러기 아빠’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정책 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해 줬으면 한다.
장길수부장@전자신문, ks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