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우일렉의 매각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4000여억원이 선고됐다. 세계경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한국경제를 일궈온 주인공의 말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우의 세계경영을 맨 앞에서 이끌어온 대우일렉트로닉스(구 대우전자)도 이제 김 전 회장처럼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이제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예비입찰에 국내외 8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르면 다음 주말쯤 입찰 적격대상자 3∼4개 업체가 결정된다. 채권단과 매각주간사는 예비 실사 후 이르면 7월 초에 본입찰을 실시하고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일렉은 현재 워크아웃 상태로 채무상환 유예기간이 올 12월 말까지다. 따라서 매각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일단 현재상황에서 해외매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우일렉을 인수할 만한 덩치 큰 가전기업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이미 생산 및 유통 체계가 갖춰진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대우일렉의 인수에서 얻는 이익은 투자에 비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우일렉의 경영권은 세계 가전시장에서 부활을 노리는 미국이나 일본, 아니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가전업체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에서는 해외 투자전문업체의 인수가능성도 이야기한다. 큰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2∼3년 내에 막대한 투자이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부활의 길을 걷고 있는 대우일렉의 새 주인이 누구냐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가전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 대우일렉은 지금도 40여개 국에 9개의 생산법인, 22개의 판매법인과 지사를 갖추고 있다. 해외유통망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대우라는 브랜드의 경제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상태다. 올 1분기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 따르면 TV 분야에서 대우일렉은 세계 판매순위 7위를 차지했다. 더 큰 매력은 전문인력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경영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전문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같은 대우일렉의 경쟁력은 워크아웃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2조1573억원, 순이익 939억원으로 구체화됐다. 지표로만 보면 웬만한 우량기업 못지않다.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대우일렉이 해외에 매각된다면, 제값받기 매각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벌써부터 부채만 안으면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등의 헐값매각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채권단이 채권회수에 급급해 대우일렉을 헐값에 매각한다면 또 다른 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경제적인 이유야 어떻든 산업적으로만 보면 대우일렉의 해외매각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크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금력을 갖춘 해외 가전업체가 대우일렉을 인수, 대우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이는 곧바로 삼성과 LG 등 국내 가전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중견기업은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번에 성공적인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외환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4∼5년 뒤에 지금의 가격보다 수배의 돈을 들여 되사야 하는 전철을 되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외매각을 기정사실화하기 전 다시 한번 채권단 스스로 독자경영이나 국내 기업을 통한 회생방안은 없는지 철저히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IMF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진 국내 기업의 해외매각이 한국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한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도, 또다시 이를 뒤쫓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우리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요즘이다.

양승욱 디지털산업부장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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