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 휴대폰 아직 강하다

 여기저기서 한국 휴대폰 산업을 걱정한다. ’위기론’까지 들먹이며 본질적인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 한국 휴대폰 빅3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시장 점유율 축소와 이익률 하락이란 굴레가 씌워질 판이다.

 실제로 투자전문기관들은 빅3의 2분기 실적에 비판적이다. 전반적인 판가 하락 압력이 심하다. 2 및 2.5G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성장주로 주목한 3G 제품은 예상보다 덜 팔린다. 최강 삼성은 출하량은 어떨지 몰라도 이익률이 점진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25%를 넘어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10% 방어도 힘겹다. 저가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친 것이 화근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1분기 적자로 충격을 준 LG는 북미시장 경쟁 격화로 마케팅 비용 출혈이 요인이다. 특히 모토로라의 등쌀에 직격탄을 맞았다. 자가 브랜드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팬택계열도 1분기 흑자 반전에 성공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1억달러 규모의 대노키아 수출건도 사시로 본다. 프리미엄 자가 브랜드 전략은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톱5의 서열 변화 전망도 등장했다. 노키아·모토로라·삼성은 그대로지만 LG는 소니에릭슨에 역전당한다는 가설이다. 심각한 것은 점유율 추세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소니에릭슨은 확대 쪽이다. 삼성과 LG는 거꾸로 감소 쪽이다. 결국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삼성에는 저가 시장 진출을 재촉한다. LG는 어정쩡한 시장 포지션을 확실히 하고 히트상품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받는다. 팬택계열은 경쟁력을 좀 더 확고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직면했다.

 하지만 상황 논리도 한번 고려해 보자. 지난해부터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중국·인도·중남미 등 이머징 마켓이다. 여기서 주로 먹히는 제품은 중저가 모델이다. 대당 100달러 안팎의 가격이 필요하다. 이 수요를 맞추려면 기존 중저가 시장의 기득권이 우선이다. 모델 하나로 연간 수천만대를 팔아치우는 빅 히트상품도 절실하다. 글로벌 소싱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노키아의 아성이 독보적인 곳이다. 모토로라는 5000만대 이상 팔아치운 ‘레이저 폰’으로 기사회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 삼성이 이 시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로열티 포함,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은 삼성이 저가 시장에서 노키아·모토로라와 정면승부는 어불성설이다. 수세적·방어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프리미엄과 중저가 사이에 끼어 있는 LG와 팬택계열 역시 뾰족한 수가 없다. 규모로 경쟁하기 위한 빅 히트상품만이 지름길이다. 한국기업의 고전 원인에는 3G시장 창출이 여의치 않은 것도 한몫한다. 고가·고기능 제품으로 저가시장의 열세를 극복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더디기만 하다.

 그래도 한국 휴대폰 경쟁력을 도마에 올리기는 아직 이르다. 신화를 창조했던 수천, 수만명의 연구진이 건재하다. 한 해 50개 이상의 모델을 개발하고 출시한다. 그것도 최첨단 기술을 모조리 흡수한 전위적 제품들이다. 라인의 맨 파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머징 마켓에 한 발을 담근 채 가을께 3G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방송이 결합된 휴대폰 시대가 열리면 삼성은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1억대가 팔린 블루블랙폰 2탄이 나올 수도 있다. 희망대로 초콜릿 모델이 세계적 히트상품이 된다면 LG는 노키아·모토로라와 승부를 걸 수 있다. ODM서 기반닦고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하면 팬택계열도 글로벌 톱 5를 노릴 만하다. 움츠렸다 뛰면 더 멀리 도약한다. 휴대폰은 자동차 시장보다 더 치열하다. 세계 최강의 글로벌 업체들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온 한국의 빅3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