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코드에만 맞춰라

 오늘 SW진흥원장 재공모를 위한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다시 열린다. 지난 달 1차 공모처럼 추천과정을 거쳐 공모마감과 인사검증 과정을 다 거칠 경우 일러도 8월 중순이나 돼야 새로운 진흥원장이 뽑힌다.

 신임원장 선임이 한두 달 늦어지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SW진흥원장의 역할이 워낙 중요해서 숙고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 다른 이유라면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아직 분명한 얘기들은 없다. 단지 애매한 소문들만 떠돌 뿐이다. 권력층과의 갈등설에서부터 특정인사 밀어주기 등 확인 불가능한 루머로 가득하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재공모 파문은 모처럼 민·관이 협력해 다져온 SW 강국 만들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

 작년 말 대통령까지 나서 IT코드를 SW코드로 바꿔 ‘SW강국’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SW 제값받기 위한 제도개선을 포함한 후속조치도 활발했다. 이렇게 뭔가 해 보자는 열기를 조성해 놓고 정작 SW강국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드는 진흥원 수장을 공석 상태로 두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는다.

 실제로 진흥원의 분위기는 지금 어수선하다. 수장 바뀌면 정책의 손질이 불가피하니 맘 놓고 일을 추진하기가 껄끄럽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는 어색한 광경도 보인다. 특히 중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장기 프로젝트는 아예 얘기도 못 꺼내는 분위기다. 하반기 정부의 SW진흥 정책은 대통령 보고 내용의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데 7, 8월 한두 달 공석으로 가면 제도는 언제 만들어 시행할지 정말 걱정이다.

 어차피 재공모는 이제 결정된 일이다. 이 시점에서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수장을 뽑는 일이다. 말대로 정말 진흥원장의 역할이 중요해서 재공모까지 갔다면 이에 걸맞은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 SW강국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이끌 만한 인물을 골라야 한다.

 4대 진흥원장은 공개SW를 비롯해 국내 SW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 조타수가 돼야 할 사람이다. 정부가 내놓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그가 임기를 끝내는 2009년께에는 세계 100대 SW업체에 한국 업체가 10개는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4대 원장은 확실한 SW강국 코리아에 대한 비전과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 정권에 따라, 주무부처의 입김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업계의 요구는 사실 소박하다. “SW진흥원의 목표가 효율적으로 SW산업을 진흥하는 것인만큼 정통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협조가 가능하고 국내 SW산업을 제대로 아는 인물이 원장직을 맡는 것이 좋겠다.”(솔루션 업계의 L사장)

 “SW의 서비스 개념이 강조되는 등 최근 산업의 추세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정책,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데 무게 중심을 뒀으면 한다.” (SI업계의 K사장)

 결국 SW와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성에 유관부처의 협력을 잘 이끌어내고 흔들림 없이 SW강국 비전을 추진해 나갈 만한 열정의 소유자를 원한다. 그가 교수이든, 전직 공무원이든, 관련 업계 사장이든 상관없다. 그야말로 훅묘백묘다. 단 SW산업을 키우는 수장에게는 코드인사라는 정치용어보다는 열정을 지닌 전문가가 더 어울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리에 어울리는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잣대가 하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여러 개의 잣대를 들이대고 다 충족시키려 하니 일이 복잡해지는 법이다. SW원장 선임은 제발 정권의 코드가 아닌 SW코드에만 맞춰라.

김경묵부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