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외부회계감사 활성화

국내 기업들의 외부회계감사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04년 현재 국내 312만개 기업(개인기업 포함) 가운데 대략 0.4%인 1만2963개 기업만이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로부터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외부회계감사 및 증권거래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자산 70억원 이상 기업과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장법인은 반드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공인회계사가 엄격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해 기업 재무제표의 진실성과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공표되는 기업체의 재무제표는 투자자·주주·금융기관 등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는다. 경영진과 외부 회계감사인 간에 분식공모 혐의만 없다면 말이다.

 문제는 ‘나머지(?)’ 99.6%의 기업이다. 물론 이들 기업이 법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나머지’ 기업이 법인세법에서 정한 세무회계 기준을 적용해 자사의 재무상황을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까지 면제받은 것은 아니다. 세무회계는 기업회계기준과 달리 조세징수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여러가지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감가상각비, 퇴직급여충당금, 연구개발비 등을 기업의 재무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합법적인 분식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세무회계에 기반을 둔 기업의 재무제표는 기업 현금흐름의 투명성이나 재무건전성을 정확히 보장해 내지 못한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고 벤처캐피털이나 금융기관이 벤처기업에 투자한다거나 자금을 빌려줬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을 가급적 외부회계감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게 경영 투명성과 재무건전성을 유도하는 첩경이다. 하지만 외부회계감사 대상이 아닌 중소·벤처기업이 굳이 1년에 수천만원을 들여 외부회계감사를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설사 외부감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활용할 만한 데가 없으면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은 현재 자산 70억원 이상인 외부회계감사 대상법인 기준을 9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회계감사 대상법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와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9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자는 논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자발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중소·벤처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외부회계감사를 받으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재무상의 위험신호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경영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이 외부회계감사를 흔쾌히 수용하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거나 외부 기관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도 있다. 이는 해당기관이 외부회계감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외부회계감사의 이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리 회사는 조그만 회계법인으로부터 반기별로 회계감사를 받는데 회사의 재무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경영컨설팅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그는 또한 “큰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의뢰하면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대부분 경력이 짧은 공인회계사가 업무를 맡기 때문에 회계감사가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작은 규모의 회계법인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제 건강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외부회계감사의 영역으로 나와 줘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 중소·벤처 생태계의 건강성이 조금이라도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장길수 경제과학부 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