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續 `LG텔레콤 사태`

‘LG텔레콤 사태’가 그럭저럭 지나가나 싶더니 아닌 모양이다. 이번에는 KTF가 들고 일어설 기미다. 누구에게는 막대한 출연금과 투자비를 쏟아붓게 하고 다른 누구에게는 대가 없이 사업을 벌이게 했다는 것이다. LG텔레콤에 2세대(G) 주파수 대역에서 동기식 3G 이동통신서비스(EVDO rA)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당국의 발표와 관련해서다. 불쌍한 사람에게 떡 하나 주는 게 무슨 문제냐 하겠지만 그 떡이 자신의 몫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그게 아니다.

 알다시피 LG텔레콤은 동기식 3G사업자, KTF는 비동기식 3G사업자다. 3G사업권을 획득했다는 것은 돈을 치르는 대가로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았다는 얘기다. KTF로서는 주파수 값을 못 낸 LG텔레콤에 3G 사업을 해보라고 한 데 대해 펄쩍 뛰고도 남을 일이다. 주파수 값이 없어 사업권이 취소됐다면 어떤 대역에서든 그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급기야 KTF는 비동기식 3G사업 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내심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그런데 KTF가 정말 LG텔레콤 때문에 이리 야단인 것일까. 그 역학관계 속에는 바로 같은 비동기식 3G사업자인 SK텔레콤이 있다. 누가 봐도 SK텔레콤은 KTF에 비해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에서 앞선다. 단순히 LG텔레콤에 떡 하나 주는 일로 그친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KTF로서는 후발업체인 LG텔레콤이 뭘 하든 그냥 놔둬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만의 하나 SK텔레콤 쪽에서 그 ‘뭘’ 하는 사업에 뛰어들라치면 시나리오는 복잡해진다. 당국이 LG텔레콤에 허용했다지만 그렇다고 그 사업 기회가 KTF와 SK텔레콤에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여력이 많은 SK텔레콤이 ‘전략적’ 판단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LG텔레콤 사태’는 바로 이 점에서 또 다른 폭발력을 안고 있다. KTF가 펄쩍 뛰는 진짜 속사정도 여기에 있다.

 사실 KTF는 비동기 3G사업을 보는 관점이 SK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지근했다. 투자 여력도 시원찮은데다 효과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KTF가 거액을 쏟아 SK텔레콤 수준의 전국망을 갖추려고 생각을 바꾼 것은 근자의 일이다. 3G사업에 대한 접근각도를 달리했다는 증거다. KTF로서는 비동기식 3G사업에 대한 올인이 현재의 고착된 시장 판도를 다시 짤 수 있는, 이를 테면 SK텔레콤에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이런 와중에 SK텔레콤이 LG텔레콤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SK텔레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비동기식 3G사업의 활성화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큰 꿈을 꾸며 일본의 NTT도코모까지 끌어들인 KTF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두 회사 모두 비동기식 3G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찜찜해 하면서도 EVDO rA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완전 3G로 가기 전 2G에서 과도기 성격의 EVDO rA를 거쳐갈 여력이 있지만 이미 비동기식 3G에 올인 하기로 한 KTF는 그럴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여 KTF가 비동기식 3G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나서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SK텔레콤의 EVDO rA에 대한 고려 역시 사업전략으로 굳어진다면 3G 정책은 정말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LG텔레콤 사태’ 때는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는 강변이 대충 먹혔지만 이렇게 되면 그 책임 소재는 전적으로 당국에 쏠릴 것이다.

 이래저래 3G사업 전체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당국은 정책적으로 미지근하고 붙투명한 것들이 있다면 하루빨리 걷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서현진 IT산업부장jsuh@eten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