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신임 SW진흥원장의 임무

 수개월의 산통 끝에 신임 SW원장이 선출됐다. 정말 어렵사리 뽑은 기관장이다. 산하단체장으로는 흔치 않은 재공모의 우여곡절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공정경쟁의 훼손을 지적하는 잡음도 일었다. 인사 검증을 둘러싸고는 별 희한한 얘기까지 다 나돌았다. 그만큼 SW진흥원장이란 자리가 중요하다는 방증으로 이해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SW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SW강국이 우리나라가 살길이고 SW진흥원장은 그 길잡이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였으면 좋겠다. SW진흥원이 지금처럼 정통부의 페이퍼나 만들어주는 ‘인쇄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통부의 정책보조나 하는 정도의 기관이면 애당초 재공모나 인사검증의 난리를 칠 필요도 없었다.

 이제 모든 관심은 신임 유영민 원장이 SW강국의 조타수 역할을 얼마나 잘해줄 것인지에 쏠려 있다. 바라보는 시각도 분분하다. 유 원장이 IT서비스업계 출신이기 때문에 SW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오랜 CIO 경험으로 오히려 누구보다 이 바닥을 잘 꿰뚫고 있는 전문가라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이에 상관없이 양쪽 모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시장논리에 익숙한 유 원장이 업계와 정부부처 사이에서 시장을 창출하고 산업을 진흥할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게 공통된 기대다. 현재 우리 SW산업이 안고 있는 난맥상(시장협소에 따른 과당경쟁-최저가입찰-수익률 하락-저품질 SW 양산-국산SW 사용 기피-글로벌업체 시장 독식)을 제대로 알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러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다. 지금의 도토리 키재기식 SW 기업 구조로는 글로벌 기업을 당해낼 수 없다. 죽을 업체는 죽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업체가 산다.그게 시장의 원리다. 전문 분야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SW 개념에 대한 재정의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SW로 볼 것인지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하다 순수 소프트웨어 OS부터 임베디드·패키지·애플리케이션 외에 게임·포털·콘텐츠·IT서비스 등도 과연 포함할지의 문제다. 흔히 ‘잘나가는 분야’기 때문에 우리 소관으로 놓고 싶어하는 육성이라면 하루 빨리 접는 게 낫다. 선택과 집중과도 거리가 먼 얘기다.

 왜곡된 SW 하도급 구조를 바로잡는 일도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 SW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직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관행적 횡포가 여전하다. 분명 SW개발업체나 IT서비스업체 모두 고유의 기능이 있는데 지금처럼 시너지가 안 나고 오히려 서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서는 어림없다.

 공개SW에 대한 견해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원장이 바뀌었다고 흐지부지할 사안이 아니다. 시장이 워낙 많이 변했고 커졌기 때문에 논의 자체도 심화해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포스트PC 이후에 일어날 인프라로써 공개SW의 적용을 준비해야 한다.

 제4기 SW진흥호는 이렇게 산더미 만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여느 산하기관처럼 빈둥거릴 형편이 아니다. 괜히 정부부처 들러리나 서면서 피드백 없는 회의나 하고 고객들에게 문턱이나 높이려 하면 SW강국은 요원하다.

 SW강국의 진정한 모습은 SW업체들이 돈 버는 구조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진정한 고객인 SW업체들이 내수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만 고민하면 된다. 그 외에 나머지 일은 다 버려라. 그래야 답이 나온다. 기업인 출신으로 시장 논리를 잘아는 유 원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김경묵 컴퓨터 산업부장·부국장 대우@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