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주개발국의 신설문제

과학기술부가 우주개발 정책을 전담할 국(局) 단위 조직의 신설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현재 기초연구국 내에 있는 우주기술개발과와 우주기술협력팀을 우주사업을 총괄할 국 단위 조직 밑으로 옮기고 우주개발 심의관을 별도로 두는 방안을 놓고 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와 협의중이다. 얼마 전 김우식 과기 부총리가 공식석상에서 내년에 담당 국(局)을 신설하고, 우주개발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실무 협의 과정에서 국에 버금가는 조직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있지만 국 단위 조직의 신설은 분명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

 물론 관료조직의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하는 시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명색이 우주개발 정책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일개 과(課)에서 21세기 과학한국의 핵심인 우주개발 정책을 계속 다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10대 우주강국 진입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고 우주개발에 투입되는 예산규모만 해도 대략 1조4000억원(2006∼2010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주개발 정책 관련 정부 조직의 확대는 그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는 것 같다. 아리랑 2호와 무궁화 5호의 잇단 발사 성공에 이어 고흥우주센터 건설, 우주인 배출사업 등 갖가지 우주개발 현안을 앞두고 있는 터라 우주개발 정책을 총괄할 정부 조직의 확대 개편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우주사업을 전담하는 국의 신설 논의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단순히 우주개발정책의 헤게모니 장악 차원에서 조직 확대가 이뤄져선 안 된다. 현재 우주개발정책은 과기부(다목적 실용위성·과학위성)·정보통신부(통신방송위성)·국방부(군통신위성)·해양수산부(통신해상기상위성)·기상청(기상위성) 등으로 주무부처가 나뉘어 시행되고 있다. 연구개발체계도 복잡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전자통신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해양연구소·기상연구소 등이 우주개발 총괄 연구기관 또는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정책이 과거의 ‘탐험주의’에서 ‘우주실용주의’로 빠르게 변하면서 우주개발체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우주개발 정책에서 총괄 조정 기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정부는 ‘우주개발진흥법’에 의거해 설립되는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우주관련 정책의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결국 과기부의 우주 정책 관련 조직의 확대도 우주개발 정책의 총괄 조정 기능 강화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기혁신본부와 과학기술관련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과기 부총리의 역할이 이 대목에서 중요하다.

 이번 우주 전담국의 신설 논의를 계기로 우주개발 정책 전담기구에 관한 담론도 활발히 이뤄져야한다. 그동안 항공우주 관련 학계나 유관 기관을 중심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형태의 우주개발 전담기구나 정부 독립기구인 우주청의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국 NASA는 국방부·국무부 등 여타 우주 개발 정책 부처와 동등한 자격으로 각 부처와 협의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 외에도 상당수 우주강국이 우주개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우주개발 강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우주개발 정책의 총괄 조정을 가진 독립기관인 우주(개발)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예 우주청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아직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아 무게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담기구 설립은 불가피하게 예산의 증액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른 과기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주개발 정책 전담기관의 설립에 관한 밑그림 정도는 지금쯤 그릴 필요는 있다. 우주개발에 관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주개발 정책 전담기구 설립 논의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경제과학부 장길수 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