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하이닉스의 교훈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10일 중국 우시에서 합작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협력업체 사장단·정부·학계 관계자를 망라해 800여명을 초청했다. 법정관리 이후 대외적으로 처음 치른 행사치곤 엄청나게 큰 규모다. 인천공항에 하이닉스 라운지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중국공장 준공이 하이닉스에 단순히 중국에 공장 하나를 건설했다는 의미 이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날 준공식은 하이닉스가 그동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재도약 기반을 확보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됐다. 하이닉스는 이제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췄으며 앞으로는 기술경쟁력 확보 및 투자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우의제 사장의 준공식 기념사에서 그동안 하이닉스 임직원 가슴 깊이 맺혀 있던 한을 느끼게 한다.

 하이닉스는 IMF 이후 외부에 의해 강제된 빅딜로 위기를 맞는다.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면서 부채만 15조원에 이르렀다.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빅딜’이었지만 반도체 불황마저 겹치며 하이닉스는 이자도 갚기 힘든 부실회사로 전락했다. 경쟁사인 독일의 인피니티나 미국의 마이크론이 헐값에 먹으려는 불쌍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이사회와 소액주주 반대로 해외매각이 결렬되면서 오히려 회생의 기회를 잡는다. 2004년 매출 약 6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7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1년 6개월이나 앞당겨 조기 졸업했다. 하이닉스 부활은 수치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IT 관련업체 중 삼성전자에 이어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가 매출액에서는 전 분기 대비 12.4% 늘어난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늘어난 약 44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 전 매각을 위해 경쟁업체와 협상을 벌였던 그 기업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수치뿐만 아니다. 하이닉스가 회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하이닉스의 성공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최고경영층의 리더십,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의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정신자세 등은 반도체경기 호전과 맞물려 하이닉스의 탄탄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최저 수준의 원가구조,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 다양한 제품 라인업, 건전한 재무구조 등은 세계 최초 단일 팹 월 14만장 투입이라는 세계 유례없는 대기록을 세우는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투자를 적게 하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뼈저린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협력업체들은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에 비해 오히려 수율이 높아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하이닉스의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여력도 생겼다. 하이닉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도 있다.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며, 최근 정부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는 이천 공장증설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하이닉스 부활의 가장 큰 힘이 됐던 반도체 경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하이닉스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급급해 해외매각을 강력히 주장했던 정부 관계자나 채권단이 지금의 하이닉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3년 전 하이닉스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삼보컴퓨터 등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대형기업들이 헐값 논란 속에 줄줄이 해외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들 기업의 해외 매각에 따른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임직원들은 현재의 경영 여건이라면 충분히 제2, 제3의 하이닉스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이닉스의 성공을 대우일렉이나 삼보컴퓨터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양승욱 디지털산업부장·부국장대우@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