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글로벌 SW업체 육성이 해답

 소프트웨어(SW)강국의 실체는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SW업체가 돈을 버는 구조다. SW업체가 돈을 많이 벌면 자연히 SW강국이 된다. 우리가 반도체나 휴대폰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면서 반도체·휴대폰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작 SW업체는 쪼들리고 허덕이는데 이를 괜히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려 하면 그런 SW강국은 ‘꽝’이다. 그저 서류상의 강국일 뿐이다.

 진정한 SW강국이 되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국내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팔게 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 협소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업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SW를 제값에 판다는 것은 업체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를 통해 내수시장에서 준거(레퍼런스)를 쌓아야만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분야별로 해외 유명제품이 속속 포진해 영업자체가 어려운데다 IT서비스 업체의 등쌀에 이윤을 챙기기도 불가능하다. 올해 관련 업계가 분리발주를 포함한 각종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올 3월의 발주관리 행태 개선방안을 밝힌 데 이어 최근 과업변경 시 폐해개선 지침과 제안서 보상제도 등 그동안 SW 숙원과제를 하나하나 풀었다. 타 산업에서는 보기 힘든 발빠른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내수시장의 안착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국내 SW업계 현실은 어렵다. 여전히 영세성과 과당경쟁이 판친다. 내수시장이 워낙 협소한 탓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한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0억원이 채 안 된다. 세계 100패키지업체 랭킹에는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이에 비해 일본은 평균매출이 100억원대를 넘어서고 3∼4개의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SW업체의 영세성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업체가 한 아이템으로 매출 500억원대를 넘기면 거기가 끝이다. 본류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이나 니치마켓용 솔루션 영역이 가진 한계다. 결국 고만고만한 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수익저하, 투자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품질저하까지 우려될 정도의 악순환의 지형이 그려지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SW 강국에 걸맞은 업체 브랜드를 찾는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글로벌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글로벌 시장이 아니고는 우리 SW업체가 돈을 벌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콘텐츠 관리시스템(CMS), X인터넷,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리호스팅 분야 등은 해볼 만한 시장이다. 이중 하나라도 성공모델이 나와 주면 이른바 봇물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제품과 연관된 다양한 국산 솔루션이 해외에서 잇달아 기회를 얻게 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노준형 장관이 해외 순방을 통해 직접 지휘한 ‘전자정부 시스템 해외 수출’ 카드나 ‘500억원 SW 전용 펀드조성’ 정책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10개 업체를 선정, 50억원씩 지원해 글로벌 업체로 육성한다는 밑그림은 전에 볼 수 없던 과감한 정책이다. 골고루 나눠줘 생색내는 전시행정이 아닌 승부수 성격의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SW강국’이라는 어젠다는 정부에서 만들었다. 그것도 국가 최고 CEO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공식행사에서 천명했다. 이제 1년이 다 돼간다. 뭔가 구체화가 될 시기다. 글로벌 기업 육성만이 SW강국의 실체다. 50억원씩 지원받은 10개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몇백억, 몇천억원씩 벌어오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SW강국의 모습이다.

김경묵 컴퓨터산부장·부국장대우@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