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1 대 1로 통합하면 누가 유리할까, 또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쥘까.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두 기관의 통합을 골자로 한 기구개편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통신과 방송에 대한 융합이 시대적·사회적·국가적 명제가 된 지도 벌써 10여년째다. 통·방융합이 참여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으니 본격 논의만도 햇수로 5년째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바래온 통·방융합을 결과적으로 반대해온 것은 정통부와 방송위다. ‘산업론’이니, ‘공익론’이니를 앞세워 서로 자신들 중심의 통·방융합을 외치며 평행선을 달려왔던 그들이다. 그런 두 당사자가 1 대 1 기구 통합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세간의 관전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흥미가 백배할 일인가.
1 대 1 통합안이 이끌어진 것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뜬지 불과 두 달여만이다. 그런데 관전자 입장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쉬운 일을 왜 10년 아니, 5년을 끌었을까.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 가운데 혹시 탁월한 조정능력을 가진 이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렇다. 5년 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당사자들의 매듭을 두 달 만에 풀었다는 것은.
알다시피 통신과 방송을 관할하는 정부 업무는 규제·정책·진흥이라는 3개 기능 축으로 돼 있다. 문제는 이 3개 기능이 그동안 통신용 따로, 방송용 따로 이원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정통부는 독임제 부처 형태로, 방송위는 합의제 위원회 형태로 통신과 방송 업무를 각각 꿰차고 있으면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이 3개 기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이해관계로 나타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개의 융합안이 있다고 치자. 하나는 ‘규제와 정책을 묶어 합의제 위원회를 만들고 진흥기능은 유관 부처에 나눠주자’는 안이고, 또 하나는 ‘정책과 진흥을 묶어 독임제 부처에 남기고 규제만 떼어 합의제 위원회에 넘기자’는 안이다. 눈치 챘겠지만 전자는 방송위 안이고 후자는 정통부 안이다. 자세하게 뚫어보면 방송위는 정통부의 해체를 들고 나섰고 정통부는 방송위의 방송정책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서로 융합의 그림을 자기가 먼저 그리겠다는 뜻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보면 상대방 주장이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터다.
1 대 1 통합 방안은 바로 이 순간에 튀어 나왔다. 1 대 1 통합이란 양측의 입장을 함께 수용하고 기구개편의 주체이자 당사자로서 실체를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일 터다. 통합기구 성격도 합의제 위원회(규제·정책) 골격에 독임제 부처(진흥·정책) 기능을 가미하는 식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또 이런 통합에 양측이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니 관전자들에게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강력하고 이상적인 기구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그러나 바꿔말하면 1 대 1 통합은 어느 쪽 주장도, 어떤 실체도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1 대 1 통합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백지상태의 물리적 결합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기업간 통합에도 최소한 51 대 49라는 화학적 통합의 단초가 제공되는게 상식이다. 백지의 그림을 누가 먼저 그릴지 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1 대 1 통합안이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당장 백지의 그림들을 유추해 보기에는 변수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현 정권의 임기가 1년 남짓하다는 것, 대선이 코앞에 닥쳤다는 것, 누구도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것 등. 부지불식중에 이런 시나리오가 읽혀지는 관전자들에게는 그래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쓸일이 없으면 백약이 무익한게 아닌가. 1 대 1 통합안이 평행선 정국을 돌파할 절묘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행동력을 찾는 데는 의문이 드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서현진 IT산업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