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가 `절망`인 나라

 세밑 언저리 풍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절망과 희망이 교차 반복하는 것이다. 전자는 한해를 보내는 안타까움과 회한이 묻어난다는 점이, 후자는 이를 넘어 새로운 의지를 잉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절망과 희망은 맞닿아 있다.

 소프트웨어(SW)산업을 놓고 보면 전자가 훨씬 강하게 배어난다. SW기업은 규모가 영세할 뿐더러 자금력도 신통치 않다.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브랜드마저 시원찮다. 이 때문에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주저앉기 일쑤다. 북풍이 더욱 시려지는 이유다.

 정책자금마저 순수SW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SW기업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 SW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투자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정부 주도로 조성한 KIF투자조합이 지난 3년간 조성한 자금은 386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SW 분야의 투자비율은 14.3%에 불과하다. 그나마 순수 패키지SW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대부분 애니메이션·게임·영화 제작 등에 투입됐다.

 경우는 다르지만 IT전문 투자조합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난 9년간 3366억원을 출자, 9317억원 규모의 창투조합을 결성했으나 244개 기업에 2402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순수 SW업체로 분류되는 기업은 61개사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털의 SW 투자비중이 줄어들어 지난 2000년 15.3%에서 2004년에는 5.25%로 급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회수를 기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금 수요는 많은데 조달이 문제다. 정부 역시 어디까지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막막하다. 초기 기술개발 지원까지는 정책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으나 상용화는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SW기업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희망보다는 절망에 압도당한다.

 그렇다면 답은 없는 것일까. 이스라엘은 인구 600만여명에 불과한 자원빈국이다. 그런데도 미국·캐나다에 이어 나스닥에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될 정도로 우수한 SW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신구교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서유럽 유일의 낙후국이었다. 하지만 SW 집적단지인 ‘디지털허브’에는 기업들이 빼곡히 입주했다.

 10억의 인구대국인 인도는 70∼80%가 하루 3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연명 중이다. 그런데도 글로벌 기업의 SW연구개발 기지가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1000명당 대졸 기술자가 135명일 정도로 엔지니어 양성에 공을 들였다. 아일랜드는 외국 기업에 과감히 문호를 개방,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규제를 풀었다. 인도는 인도 공과대학(IIT)을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10여년 전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아일랜드의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은 지난해 이미 4만달러를 넘어섰다. 인도 출신 SW 엔지니어는 미국 실리콘밸리 SW 창업기업 중 5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라고 인도와 아일랜드·이스라엘을 넘어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찌 보면 우리 기업의 출발 상황이 이들 국가보다 열악하지 않다.

 혹시라도 정부·기업의 접근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과감히 규제를 풀겠다던 정부는 이를 제대로 실천했는지, 시장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정부 육성책에만 목을 매고 경쟁력 제고라는 진정한 기업 본연의 책무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제는 SW시대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와이브로·DMB·로봇 등 신산업과 산업 전 부문이 SW에 좌우되고 있다. SW 패권주의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다. SW가 절망이 아닌 희망을 잉태하도록 하는 것은 그래서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솔루션팀 박승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