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먼 길 가는 말에게 채찍질 말라

 지금 휴대폰을 들여다 보자. 삼성·LG·팬택계열의 휴대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도 있겠지만 이들 3사의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작은 휴대폰이지만 이 기기가 우리나라 IT를 세계 일등으로 만든 최고의 산업 공신이다.

 휴대폰의 산업적 역할은 더는 말이 필요없다. IT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의 선두에 있었다. ‘코리아 프리미엄’의 최정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엄지족’이라는 독특한 휴대폰 문화를 만들었다. 휴대폰 하나면 통신에 관한 한 못할 것이 없다. 생산자의 아이디어가 사용자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생산주도형 산업이다. 그래서 휴대폰 회사는 최고의 직장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휴대폰 산업은 독점적 시장이 아니다. 어느 산업보다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경쟁은 산업의 굴곡을 만든다. 자칫 한번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禍)로 다가온다. 어떻게 해서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생존하는 것이 기업의 미덕이다. 지금의 경쟁에서 건전성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팬택계열의 경영악화를 두고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다. 실적 발표를 두고 예상했다는 듯,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극단을 좋아하는 일부는 아예 결론까지 내려놓았다. 수학 방정식 풀듯 그럴싸한 시나리오에 상황을 대입해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놓았다.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고 그 결과가 어찌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눈치다. 자신의 논리에 몇몇 사람이 수긍하면 우쭐해 하는 ‘인기영합주의’가 팽배해 있다.

 사람들은 때로 타인의 아픔에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나의 일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따뜻한 시선과 걱정보다는 단순 입방아용 흥밋거리가 우선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 ‘한국병’이 도진 것 같다. 이쯤 되면 차라리 무관심이 나을 수도 있다.

 자기 표현이 자유로운 인터넷에서의 파장은 더 심각하다. 팬택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만회하고자 내놓은 자료를 일부는 거꾸로 해석한다. ‘일본에서 ○○○모델이 잘 나간다’는 자료를 ‘일본에서 죽쑨다’ ‘헐값에 팔린다’는 내용으로 뒤집어 쓴 기사가 인터넷에 버젓이 나돌고 있다. 상황인식이 덜 된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여파가 너무 크다. 마치 대단한 특종인 것처럼, 여기저기 유사한 기사가 오르고 별거 아닌 사실이 전체인 양 둔갑하고 있다. 시니컬한 눈길, 표현 하나가 기업에 어떤 상처를 주는지에 대해 무관심한 듯하다. 대중을 앞세운 무책임한 ‘왕따’가 아닐 수 없다.

 휴대폰은 우리나라 수출 1등 품목 중 하나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우리나라의 휴대폰이 설사 공짜면 어떻고, 헐값이면 어떤가. 일본 통신사 보조금으로 받든 소비자에게서 직접 받든 어차피 수출은 제값 받고 하는 것이다. 휴대폰 시장은 고가와 중저가가 따로 있다. 이를 모를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값 휴대폰’이라고 덧씌워 떠드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악성 고질병인 ‘뒷다리 잡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내려 득이 될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글로벌 경쟁은 경제블록화와 국가주의를 더욱 강하게 한다. 지금의 휴대폰 산업은 치열한 기술경쟁과 마케팅 전쟁을 치러 얻어낸 전승물이다. 세계에서 인정받아 활개치는 우리나라 휴대폰 ‘빅3’ 중 하나를 생니를 뽑듯 폄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전히 휴대폰은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견인차다. ‘IT 코리아’의 상징물이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산업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먼 길을 가야 할 동반자다. 애정이 있다면 냉소 이전에 보듬는 아량이 먼저 필요하다.

 ‘먼 길 가는 나그네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는 법이다.’

이경우 퍼스널팀장@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