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IT부처는 정치부처가 아니다

 또 인사설이다. 아니, 아직도 인사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정가의 의례적인 풍경이니 이해가 갈만도 하다. 정치권의 중립내각에 대한 요구가 불거지고 있고, 어지러운 민심 수습용으로도 적당할 것이다.

 정권 측에서 보면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역대 최저인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이처럼 딱한 사정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정권 내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서 펼쳐지는 온갖 속사정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신세졌던 이들에 대한 보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인사카드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본질과는 상관없이 인사카드 하나로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의 요구도 수용하는 것이니 요술카드쯤으로 여겨도 좋을 듯하다.

 벌써부터 관가는 내년 초 인사설로 뒤숭숭하다. 어느 부처, 어떤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조금은 그럴 듯한 얘기까지 들린다.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질 리 없다. 정치색이 짙은 장관직에서부터 전문직에 가까운 장관직에 이르기까지 온통 인사에 대한 얘기가 넘쳐난다. 장관실 주변조차 인사설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정치권과 관가 주변을 기웃거리며 발품 파는 인사가 부쩍 늘었음은 물론이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산자부 장관은 구체적인 시점을 거론하면서 당 복귀설을 기정사실화했다. 당 출신이니 원래의 고향을 찾아가겠다는 ‘귀거래사(歸去來辭)’다. 그나마 그는 “정치인 출신으로는 일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는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판서’ 감투 하나 더 달고 가겠다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관직에 들어올 때부터 한 일년쯤만 하고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말은 그래서 더욱 압권이다. 미래 우리나라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전문직에 가까운 장관직마저 ‘일년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준의 정치·관료문화일 뿐이라고 자위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전문가적 식견이 전무한 현직 보건부 장관도 그렇다. 전·현직 환경부·여성부·농림부 장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벌써 몇몇이 다녀갔고, 또 다녀갈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행차 소리만 요란했지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치판에 귀를 더 기울이는 게 그들의 습성이다.

 아직까지 그런 바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진원지는 정권 핵심부다. 정치권과 관가 주변에서 군불 때는 소리도 들린다. 정권 말기의 전형적인 행태가 반복될 조짐이다. 다시 보은인사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통부도 여기서 비켜가지 않는다. 정통부는 진대제 전 장관이 IT839 전략을 통해 IT강국코리아의 비전을 세웠고, 현 노준형 장관이 ‘비전2030’을 실현할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에이스(ACE) IT’ 전략을 내놓았다. SW는 특히 글로벌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말 그대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IT는 자동차·조선과 함께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산업이다.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식견이 요구된다. 정통부를 미래의 성장산업, 먹거리 산업을 책임지는 부처라고 명명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적 자리, 보은인사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현실화된다면 청와대의 판단기능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현재와 미래의 신산업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수적이다. 정치인이 ‘감투’ 하나 더 얹어 보겠다고 달려들어서는 곤란하다. 미래의 성장산업과 먹거리산업을 책임지는 부처는 그래도 전문가적 식견과 혜안을 지닌 전문가의 몫이어야 한다.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먹거리 부처’를 ‘정치적 부처’로 만드는 것은 그래서 ‘노생큐’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