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우주공간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유럽우주국(ESA)이 설계해 2003년 9월 27일 발사한 ‘SMART-1’ 우주선이 3년 동안의 비행을 마치고 계획적으로 달과 충돌한 것이다. 이 사건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SF영화에나 등장하던 ‘이온엔진’의 성능과 한계를 확인한 첫 번째 대규모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이온엔진이란 연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추력을 얻는 엔진을 말한다. 플라즈마란 기체의 온도를 수만도로 높여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의 집합체로 만드는 것으로 고체·액체·기체와 더불어 ‘제4의 물질상태’로 불린다.
이온엔진은 필요할 때마다 잠깐잠깐 추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특별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고 연료를 매우 적게 사용하며, 엔진 손상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등의 많은 장점이 있다.
유럽우주국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방식 대신 첨단광학장비와 관측 장비를 갖춘 매우 작은 이온엔진 우주선인 SMART-1을 제작했고, 3년간의 항해 뒤에 연료가 다 소모되면 자연적으로 파괴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것이 SMART-1이 달과 충돌한 이유다.
이온엔진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많다. 태양집열판 대신 핵융합으로 전기에너지를 확보하게 되면 훨씬 더 큰 추력을 만들 수 있고, 초소형 저온 핵융합 장치가 실용화되면 광속 우주선의 제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