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게임업계를 춤추게 하라

엔씨소프트·넥슨·한빛소프트·NHN. 이들 기업은 이제 대한민국 ‘네티즌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유명하다. 그들의 게임은 남녀노소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해서 돈 버는 내수기업’ 정도의 이미지에 치우쳐 있다. 이들이 수출기업이라면 일반인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답은 이른바 ‘잘 나간다’는 게임업체 대표가 “수출하는 게임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게임업체가 수출해서 국가에 기여한다는 것을) 몰라주는 것”이라고 한 말로 충분하다.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떠올리게 되는 게임업계의 모습은 바다이야기라는 수마(?)가 할퀴고 간 뒷자리 정도로 인식된다. 아케이드 게임인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사행성·비리·요행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오늘의 게임업계는 온라인 게임사이트에서의 현금 아이템 거래 시비, 사이버 머니 불법화 조치 등의 후폭풍으로 더욱 거센 한파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글로벌 시장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람의 나라’를 기점으로 국산 온라인 게임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 10년째인 올해 이들에 대한 평가, 특히 온라인 게임업계의 수출에 대한 공은 새롭게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넥슨을 비롯해 엔씨소프트·한빛소프트 등 우리 온라인 게임업체는 최근 전 세계 고객을 향해 줄기차게 뻗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온라인 게임 수출 사례가 너무 긍정적이어서 소개하기에도 흥이 날 정도다.

 메이플스토리의 넥슨, 엔씨소프트는 해외 시장에서 각각 온라인 게임 수출로만 연간 2억달러씩을 수확하고 있다.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둔 NHN의 일본 게임포털인 한게임재팬은 현지 법인 기업가치만 이미 2조원(20억달러)을 넘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2003년 이래 누적 수출액 1억달러를 앞두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문화기술(CT) 지원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한 실적과 수출 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들의 가능성과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이래 출판·영상·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문화부의 지원액을 살펴보자. 출판에서는 2000년 97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979억원을 지원했다. 반면에 게임 부문에는 2000년 출판과 비슷한 95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141억원 지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게임 수출은 전체 문화 부문 수출의 75%를 넘어서는 6억달러를 기록했다.

 출판을 대표적 모델로 삼아 두 산업 분야를 무 자르듯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무리한 비교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부문의 수출을 보자면 분명히 온라인 게임산업계에 대해 ‘인정을 해줄 만한 문화수출의 첨병’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특히 이들 온라인 게임업체는 지금 미국·일본·인도는 물론이고 동구권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내 초고속 통신망 시스템 장비업체·시스템 구축업체들과 동반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솔루션과 장비 그리고 시스템통합(SI) 관련 기술 간 공조를 통한 새로운 수출 방식의 길을 열어가는 창조적 개척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게임산업계의 수출전사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이들은 조금 더 인정받고 격려받기 원한다. 3000억달러 수출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딱 그만큼이란다. 미국의 E3쇼, 도쿄 게임쇼 등 세계적 게임쇼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게임업계의 글로벌 꿈은 영글어만 간다.

 엔씨소프트·한빛소프트·넥슨 그리고 한게임으로 시작한 NHN의 일본 포털 한게임재팬, 이들을 비롯한 게임수출의 전사들이 올 한 해 동안 치러온 격전에 대한 수고로움에 찬사와 영광을 돌린다.

◆이재구 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