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듀, 2006~!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세월도 마찬가지다. 세월의 강물은 아무리 잔혹하고 어려운 시련이라도 위에서 아래로 흘려 보낸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역경이라도 의지와 노력만 곁들인다면 언젠가는 세월이라는 강물에 묻혀 흘러가기 마련이다.

 하루쯤,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를 통틀어 의미 없는 것과 의미 있는 것까지 이 강물에 흘려 보내는 것도 뜻깊을 듯하다.

 올 한 해 우리 주변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일 것 같다. 대통령까지 나섰으나 아파트 값 상승만 더욱 부추긴 결과를 낳았다. 정책 불신이 극에 달했다. 오죽하면 중소기업도 부동산 사재기에 나선다고 했을까.

 ‘바다이야기’ 사태도 관련기업의 위축을 가져오고 서민의 시름만 깊게 만들었다. 원화 강세로 대변되는 ‘환율 불안정’은 우리 기업의 연중 상시 위기경영 체제를 가져왔다. 특히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투자와 소비 부진도 기업의 뒷다리를 잡았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을 제외한 설비투자의 부진은 중소기업의 경영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한미 FTA 협상도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정치적으로도 북핵 실험 파장이 컸다. IT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주변 열강의 안보위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60달러 선을 맴돌고 있는 고유가도 복병이기는 마찬가지다. 물가도 못 잡고 기업의 성장성도 뒷받침하지 못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인과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견·중소기업에는 특히 혹독했다.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 VK가 넘어졌다. 지난해에는 삼보컴퓨터가 어려움에 빠졌다. SW 분야의 해커스랩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대부분의 SW기업과 중견 IT서비스 업계의 상황도 그리 녹록한 편이 아니다.

 무엇 때문일까. 최고 통치자, 국회의원, 관료들의 ‘네 탓’ 타령에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까지 겹쳤다. 기업인 역시 여기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출 3000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2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웹2.0 서비스 시대의 개막도 알렸다. UCC 열풍도 포착됐다. 통·방융합과 IPTV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새 시장의 가능성과 새 산업의 태동을 예고했다.

 40나노 32기가 플래시메모리 및 50나노 1기가 D램의 개발은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더욱 다지게 했다. 보르도TV는 세계 시장 1위에 올랐다. 초고속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의 세계 첫 상용화와 해외시장 진출도 돋보였다. 아리랑2호 발사와 우리나라 첫 우주인 배출도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문제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307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새해 경영 여건이 호전되지 않을 것(BSI=92) 같다고 한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서기가 더욱 어렵다는 얘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3년 5만6472개 중소기업 가운데 10년 후인 2003년 종업원 300인 이상으로 성장한 곳은 75개(0.13%)에 불과했다. 500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겨우 8개(0.01%)에 그쳤다.

 과거는 미래의 반면교사다. 올해의 이 어려움을 새해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은 세월이라는 강물을 타고 언젠가는 미래의 바다에서 희망을 만나게 된다. 바다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원천이다. 이 근본의 원천에서 새롭게 움트는 희망을 건져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그리하여 정신적·물질적으로 모두 부자 되는, 그런 나라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돼지띠 새해의 진정한 의미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