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폭풍 전의 고요

 폭풍 전의 고요. 통신사업자들의 요즘 분위기다. 이르면 이 주, 늦어도 다음달에 불어닥칠 폭풍을 앞뒀기 때문이다. 바로 정보통신부가 내놓을 통신정책 로드맵이다. 로드맵이 몰고올 폭풍의 방향과 세기를 어느 사업자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고요할 수 밖에 없다.

  모두들 긴장했지만 그 강도는 조금씩 달라보인다. SK텔레콤은 극도로 초조하다. KT 그룹은 상대적으로 느긋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통신3강의 마지막 축, LG는 텔레콤만 빼면 관망세다.

 반응에서 볼 수 있듯 로드맵의 핵은 KT, SK텔레콤과 관련됐다. 3세대(G) 재판매 허용과 결합 판매다. KT는 공격을, SK텔레콤은 수비를 하는 사안들이다.

 허용쪽으로 기울었던 KT의 3G 재판매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반대 논리로 정통부가 장고에 들어갔다. 결합 판매는 사업자 모두 당위성을 인정하고 할인율 윤곽도 나온 가운데 시점이 논란이다. 단말기 보조금 제도 완화와 인터넷전화 활성화, 역무 재편 등은 당장 ‘마이너’ 이슈다.

 정통부는 고민스럽다. 공정 경쟁이나 경쟁 활성화, 소비자 이익 증대, 산업 활성화 등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운 정책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정책이란 게 아무리 잘 결정해도 한쪽은 울고, 다른 한쪽은 웃기 마련이다. 양쪽 다 만족시킬 정책은 사실상 없다. 그렇지만 양쪽 다 수긍시킬 수는 있다.

 새 규제로 불리해질 사업자에 새 ‘떡’을 주는 방법이 있다. 한 곳에서 잃을 것을 다른 곳에서 벌충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정책과 시장을 왜곡시킨다. 모든 사업자가 모든 곳에서 맞붙는 ‘무한 경쟁 시대’에선 더욱 그렇다.

 결국 정책 논리 자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기존 시각으론 답이 잘 안나온다. 굳이 이유를 댈 필요도 없다. 몇 달 넘게 고민해도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걸 보면 안다. 새 시각으로 접근해야 답이 보인다. 미래 통신정책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3G 재판매만 해도 현행 법으론 불허할 근거가 부족하다. 그렇지만 ‘투자 없는 무임 승차’라든지, ‘별정통신을 통한 무선사업’과 같은 SKT와 LGT의 비판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제도란 게 있다. 네트워크 없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재판매와 본질이 같다. 정부도 MVNO 도입을 검토중이다.

 3G 재판매는 앞으로도 논란을 빚을 수 있다. MVNO 제도에 맞춰 재판매 개념을 다시 정립하면 어떨까. 당장 3G 재판매를 허용해준다 해도 MVNO 도입 때까지 점유율 제한과 같은 과도 규정을 두는 방법도 있다. 재판매 제도가 개선된다는 확신만 선다면 SKT와 LGT도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결합 판매는 소비자 이익에 부응한다. 당연히 서둘러야 할 정책이다. 다만 유선과 무선을 거느린 KT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몇개월이라도 경쟁사가 준비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다만, 소비자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할 것이다. 결합 판매의 한 축인 케이블TV도 고려해야 한다. 케이블업계가 결합판매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인지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미래 융합정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불안은 미래를 모를 때 생긴다. 사업자들의 불안이라는 것도 결국 규제 로드맵 내용을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업자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로드맵이 아닌가. 일단 기다려볼 일이다. 발표 이후에도 불안이 지속된다면 분명 불확실한 게 있다는 것이고 보완하면 된다. 폭풍전의 고요가 불편하다면 아마도 처음 나오는 로드맵이라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