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오픈 웹, 오픈 소스, 윈도비스타

윈도비스타가 출시 한 달여를 맞았다. 그러나 윈도비스타가 당초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윈도비스타는 개선된 기능과 함께 그 경제적 효과로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오죽하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PC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증권가 테마주까지 형성했을까.

 하지만 윈도비스타 출시를 계기로 웹 표준화와 오픈 소스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윈도비스타가 기존 운용체계(OS)와 완전히 다른 아키텍처로 개발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윈도비스타는 기존 윈도의 보안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OS 커널 레벨에 접근하기 어렵다. 보안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액티브X 컨트롤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액티브X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개발, 웹에 수없이 깔았다. 액티브X 개발이 비교적 개발이 쉽기 때문이다. 그결과 우리나라만의 웹 표준이 되다시피 했다.

 웹 표준화 운동이 시작된 지도 2년여가 흘렀다. 당시 리눅스 개발사들은 각종 웹 사이트를 인터넷익스플로러에 최적화하지 말고 국제 웹 표준에 맞춰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이해 관계가 걸린 것이기는 하지만 옳은 얘기다. MS사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국내 공공기관이나 은행, 포털들은 이를 무시했다. 논리는 한 가지다. 국내 윈도 사용자가 99%에 이르는 상황에서 1%의 사람을 위해 개발비를 더 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IMF 이후 이 같은 상황이 더욱 가속화됐다. 기업은 경비절감 필요성이 더욱 커졌고,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했다. 특히 대졸 인력의 일자리 부족현상이 심각했다. 정부는 이의 해법 중 하나로 각종 IT 인력 양성사업을 지원했다.

 MS사가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MS 플랫폼 지원인력이 양산됐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기관의 웹 환경이 자연스레 MS 베이스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웹 접근성에서 영국(99%)·미국(87.2%)에 한참 모자란 52.4%에 불과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경우는 다르지만 오픈 소스 운동도 윈도비스타 출시를 계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다소 감정적인 가격 거품 논란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리눅스 사용자는 인터넷 뱅킹도 전자정부, 게임사이트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OS와 웹 프로그램이 거의 대부분 MS 기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서는 윈도PC를 구입하거나 은행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OS의 시장점유율은 MS 대 비MS가 7 대 3일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이런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윈도 비중이 99%에 달하는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다.

 정책기관인 정통부조차 인정하는 구조다. 정부가 지난 4∼5년간 다양한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책이 적절했다면 공개SW를 쓸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줬는지 살펴볼 일이다. 기업과 기관도 마찬가지다. 웹 표준을 준수하지 않아서 터진 문제이자 지나치게 MS에 의존한 결과기도 하다. MS를 탓할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후약방문이라고 했던가.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기업도 나서기 시작했다.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민간 차원의 웹 표준화 운동은 바람직하다. 오픈 소스 운동도 필요하다. 바람직한 기업의 컴퓨팅 환경의 구축이나 국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국민 편익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이 국가경제와 연관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