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구글의 경쟁력 `단순함`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굳이 모 그룹의 총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인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어떤가. 인재 유치는커녕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는 게 국내 대부분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 취업생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준정부기관·금융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벌인다. 이들 직장에 대한 인기는 몇 년 동안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기획예산처가 채용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여전히 경쟁률은 최고 1000 대 1에 육박한다. 입사하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보다 어렵다고 하는데도 고집스럽게 원서를 들이민다.

 높은 급여와 탄탄한 복지제도를 갖춘 안정된 직장생활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전기안전공사가 최근 가정이나 소형공장의 점검요원을 모집했는데 석·박사급 지원자만 1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일하기가 쉽지도 않은데도 해당 직종 직원 가운데 퇴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니 ‘대단한 직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 공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이다. 과거에 비해 대기업보다 연봉이 월등하게 높은 편도 아니고 오히려 적은 경우도 있다지만 인기가 하락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조사기관이나 시대에 따라 구직자가 원하는 외국계 기업의 선호도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IT기업이 비교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또 현직에 있는 직장인도 기회가 있다면 다국적 IT기업의 국내 지사로 이직하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취업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본지가 올 초 전국 20대 이상 남녀 직장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0%가 “동일연봉·동일직급이라면 다국적 IT기업으로 옮기고 싶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에서는 78.3%가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해 연령대가 낮을수록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하고 싶은 곳’(희망)과 ‘일 할 수 있는 곳’(현실)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인의 이직에 대한 열망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는 한국MS가 27%로 1위를 차지했고 소니(11%), 한국HP(9.5%), 한국IBM(9.5%) 순이었다.

 채용기업 입장에서 보면 우수한 인재를 마음대로 선발할 수 있으니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법하다. 하지만 공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인기도가 높다는 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불균형의 심화라는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정작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흘러 넘친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기를 쓰고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직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구직자는 자신의 현실을 바로 알고 그에 맞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중소기업도 취업 응시자가 없다는 한탄만 하지 말고 그 나름의 인재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경쟁력이 우선인 시대다. 기업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기업을 키우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하다. 구글이 업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는 비결은 끊임없는 인재 확보에 있으며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무료 통근버스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최근 외신이 보도한 바 있다. 무료 통근버스는 교통 혼잡이 심한 실리콘밸리에서 직원들의 안락한 출퇴근 편의를 제공, 경쟁이 심한 인력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단다. 한 직원은 “삶의 질이 변했다”고 말할 정도니 놀랍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상식적인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때도 있다. 기업과 사람 모두 구글의 ‘단순함’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임지수 온라인/탐사기획팀장@전자신문, j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