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신인을 위한 변명

 뒤숭숭하고 어수선. 통신인에게 지난주는 이랬다. 주요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정책당국자까지 한꺼번에 터진 악재들로 이리저리 치였다.

 KT 자회사의 부동산 개발 특혜설과 비자금 조성 의혹 건. 부동산 개발 특혜설은 아직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하나 본사와의 연관성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대선을 앞둔 정치 공세라거나 경영진를 폄훼하려는 정략이 아닌가 의심한다. 만의 하나 정말이라면 큰 문제다. 민영 KT가 아직도 정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KT 해명이 사실이면 멀쩡한 기업이 바깥 일로 희생양이 되는 꼴이다.

 SK텔레콤 사옥 1층 회전문을 부순 벤츠 차 건. 공교롭게도 중국 총리가 방문한 날에 발생해 하마터면 외교문제로 번질 뻔했다.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한 고객의 충동적인 행위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련 기사의 댓글들. 자칫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던 일에 “통쾌했다”는 댓글이 제법 많았다. 통신 요금에 불만스러운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금이 외국에 비해 싸며, 요금이 많이 나오는 건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네티즌이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나라처럼 수신자도 요금을 내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지금처럼 통화를 오래 할까.

 정보통신부 차관이 통신사업자 사장 집에 전세 든 건. 이것 자체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만 하다. 그런데 자기 집주인이나 세입자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중에 알았다 하더라도 돈 문제가 깨끗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밝혀야 할 것은 집주인-세입자 관계가 아니라, ‘전세금이 시세에 비해 얼마나 낮았는지’ ‘전세금을 확실히 줬는지’ ‘그래서 어떤 정책적인 대가가 오갔는지’다. 아직까지 어떤 근거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차관 취임 이후 하나로에 유리한 정책도 그다지 없었다. KT와 SK텔레콤 사람들마저 “하나로니까 이 정도지 만일 차관이 우리 회사 사장 집에 전세를 살았다면 진짜 큰 오해를 받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세 사건 모두 내용도, 성격도 다르다. 관련도 없다. 공통적인 시사점은 있다. 바로 통신인들의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됐다는 점이다. 드러난 사안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 근거 없는 추측과 매도가 난무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통신강국 신화’를 만든 통신인의 자랑은 이미 색 바랜 헌옷 취급을 받는다. 또 있다. 통신 판이 혼탁해졌다. 회사 내부이든, 바깥이든 투서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내부 인사든, 경쟁사든 서로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툭하면 경쟁사를 통신위에 제소하면서 생긴 앙금까지 맞물려 경쟁사 간 불신이 팽배했다.

 정통부와 통신사업자들은 국민과 소비자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 속상하다. 정통부 관료들은 ‘소비자 편익’과 ‘산업 육성’이라는 양립이 쉽지 않은 두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기 위해 애써온 결과가 ‘사업자와 밀실거래나 하는 존재’로 비쳐지자 허탈하다. 사업자들은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에 제공하느라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소비자 호주머니나 터는 이미지가 박혔으니 맥이 빠진다.

 일부분 정통부와 사업자가 이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통신 투자가 IT산업에 엔진 역할을 얼마나 해왔는지’ ‘해외에 비해 국내 요금 수준과 서비스 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사실 그대로를 제때 알렸다면 국민, 소비자와의 소통 단절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련의 사건과 그 반응을 통해 안에서 보는 통신인과 바깥에서 보는 통신인이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 바깥 정서를 얼마나 더 잘 읽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난주의 뒤숭숭함은 과거 완료형이 될 수도, 미래형이 될 수도 있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