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진정한 `반성의 힘`

 “79년 상경, 구로동에 있는 동남전기주식회사 여공으로 취직한 ‘나’. 영등포여고에 신설된 산업체 특별학급에 진학한 ‘나’는 사물함을 같이 쓰는 주간부 학생의 체육복을 훔쳐갔다는 오해를 받는다. 주산 놓기도 싫고 부기도 싫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온 담임교사는 ‘나’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 3일 뒤 반성문을 읽은 교사는 ‘너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며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건네줬다. 소설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작가 신경숙의 자전적 이야기다. 인생의 항로를 바꿔 놓은 반성문. “나를 일으켜 세운 건 그 선생님이었다”는 신씨의 고백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디지털시대의 최고 기린아로 떠오른 대형 포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이버생태계의 포식자라는 듣기에도 섬뜩한 말들이 수식어로 자리잡을 정도다. 기업의 궁극적 지향점이 이윤 추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포털은 “온갖 특권을 누리며 금도를 벗어난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침없어 보인다. 이런 포털에 반성문을 한번 써볼 것을 권유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궁금하다.

 신경숙의 고백처럼 변신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스스로 찾아오든, 아니면 외부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지든 그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야만 변화와 발전이 있다. 그리고 이 계기를 놓친다면 발전이 아닌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형 포털들에 최악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외국계 포털 야후(야후코리아)의 동영상 서비스 ‘야미’에 포르노 동영상이 유포,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국내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도 음란 동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게재돼 포털의 ‘유해물 불감증’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는 듯 보이지만 유해 콘텐츠 게재 논란은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털과 콘텐츠 제공업체(CP)의 관계가 이제는 사라져야 할 ‘갑을 관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생태계의 포식자라는 용어가 나오는 배경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포털사업자들이 ‘을’의 처지인 CP에 광고성 이벤트를 강요하는 등 상도의를 저버린 행태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홀대받는 것도 서러운데, 어렵게 키워놓은 자신들의 ‘파이’를 포털들이 고스란히 뺏어간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최근 다음은 다운로드게임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 게임 300여종을 불법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전공지 없이 서비스를 중단,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대형 포털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을 포털들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허물이나 과오가 있다면 겸허히 되돌아보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본연의 ‘관문’ 역할에 충실하고 저작권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CP를 육성하고 함께 험로를 헤쳐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관행의 틀’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종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상생이 가능하다. ‘개방·소통·공유’로 대변되는 웹2.0 시대에 포털들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임지수 온라인/탐사기획팀장 j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