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명의(名醫) 남용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명의(名醫)다. 환자의 아픈 부분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오차 없는 치료에 들어간다. 그의 치료형태는 과감하다. 어차피 낫기 위한 치료라면 완전한 치료가 좋다. 재발없는 치료여야 손이 두 번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치료법은 명쾌하다. 정확히 감지하고 느낄 수 있다. 이미 LG텔레콤 사장 시절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조직은 인체와 같다.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심장이 아프고, 간이 아프듯 조직도 군데군데 아플 수 있다. 합병증도 있고 전이도 발생한다. 그래서 의사가 필요하고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남용 부회장은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해 말 급거 남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 것도 그 뜻일 게다. 딱히 아파서라기보다는 더욱 건강체질을 갖기 위한 조치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체질개선을 맡은 것이다.

 그렇다면 명의 남용 부회장의 진단과 처방은 무엇인가. LG전자에 대한 그의 첫 번째 진단은 ‘느슨해진 긴장감’이다. 남 부회장은 긴장감을 다잡는 데 적당한 충격요법을 택했다. 현재 LG전자 300여명의 임원들 가운데 남 부회장이 선택해서 데리고 온 임원은 단 두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매킨지컨설팅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젊은 외부 영입자들이다. 게다가 방향타를 잡는 전략과 마케팅을 맡겼다. 당연히 제조업 근간의 전통적인 정서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역으로 남 부회장의 속내를 꿰차고 ‘코드’를 읽을 줄 아는 측근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대다수 임직원이 남 부회장의 의중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 번째 진단은 조직의 ‘국부비만’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처방 역시 똑 부러졌다. 본사 직원 40%를 현장에 재배치했다. 이 ‘국부지방 제거술’이 내부적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온 것도 사실이다. 진단을 내린 후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남용 부회장의 혁신에 대해 일부 임직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한 이상 그는 단호하다. ‘설득과 공유’의 시간을 갖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도 있다.

 세 번째 진단은 ‘뒤처진 글로벌화’다. 규모에 비해 글로벌 역량이 달린다는 결론이다. 치료는 영어부터 시작했다. 영어를 모르고는 글로벌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는 기본이다. 그는 내부회의에서조차 영어를 쓴다. 임원들 역시 따라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그래서 그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처방에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제조업 전통의 로열티가 어느 기업보다 강하다. 임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과 업무생산성 극대화라는 흐름을 거스르지 못해 쫓아가지만 상당수 생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의 충성도 떨어진다면 조직 슬림화와 별개로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쨌든 그의 진단과 처방이 있은 지 4개월이 지났다. 처방결과인 1분기 실적을 보면 ‘건강해진 LG’를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다소 장기치료를 요하고 있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단 치료는 성공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인체와 마찬가지로 조직은 이기적이다. 본능을 따라간다. 비만은 식욕을 자극해서 끊임없는 식탐을 일으킨다. 연속되는 긴장은 피로를 유발해 어느 순간 주저앉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남 부회장은 다잡고 가야 한다. ‘조직의 본능’을 억제하고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명의는 환부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스린다. 치료의 반은 심리다. 긴장을 주었다면 의욕도 심어주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로열티를 어떻게 보전해 나가느냐가 숙제다. 조직관리에 관한 한 남용 부회장은 우리나라 최고 명의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체질개선 후 회복된 LG전자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경우 퍼스널팀장 kwlee@etnews.co.kr